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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도시 파비아, 중세와 르네상스의 보물, 골레지 시스템

by treblue 2025. 2. 15.

롬바르디아 평원의 보석 같은 도시 파비아는 티치노 강변에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대학도시입니다. 1361년에 설립된 파비아 대학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로 중세부터 이어져 온 학문의 전통이 살아있는 곳입니다. 밀라노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진 이 도시는 롬바르드 왕국의 수도였던 영광스러운 과거와 현재의 학문적 열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특히 도시의 상징인 파비아 대학의 역사적인 건물들, 웅장한 비스콘티 성, 그리고 로마네스크 양식의 산 미켈레 마조레 성당은 방문객들에게 시간여행과 같은 경험을 선사합니다. 

대학의 도시 파비아

파비아의 역사는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Ticinum이라 불렸던 이 도시는 6세기부터 8세기까지 롬바르드 왕국의 수도였으며 중세 시대에는 신성로마제국의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특히 774년 샤를마뉴가 이곳에서 이탈리아의 왕으로 대관식을 치르면서 도시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1361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4세의 칙허장으로 설립된 파비아 대학은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이 되었습니다. 법학과 의학으로 특히 유명했던 이 대학은 갈릴레오 갈릴레이 알레산드로 볼타와 같은 위대한 학자들을 배출했습니다.

중세 시대의 도시 계획은 현재까지도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격자형 도로 구조와 중앙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주요 도로 카르도와 데쿠마누스는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도시 설계의 증거입니다. 파비아는 또한 수세기 동안 티치노 강의 수운을 통한 무역으로 많은 번영을 누렸습니다. 특히 쌀 재배와 와인 생산으로 유명했으며 이러한 농업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파비아는 6만여 명의 인구 중 24,000명이 대학생일 정도로 젊고 활기찬 대학도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사적 건축물과 현대적인 연구시설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파비아 사진

파비아의 명소 중세와 르네상스의 보물

1. 파비아 대학

1361년에 설립된 이탈리아 최고의 고등교육기관 중 하나입니다. 특히 중앙 건물의 아름다운 중정과 역사적인 해부학 극장이 유명합니다. 18세기에 지어진 해부학 극장은 원형 극장 형태로, 목재로 된 정교한 장식이 특징입니다. 대학 박물관(입장료 6유로)에서는 갈릴레오가 사용했던 과학 기구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학기 중에는 사전 예약을 통해 가이드 투어(10유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2. 비스콘티 성

14세기에 건설된 이 성은 비스콘티 가문의 여름 별장이었습니다. 현재는 시립박물관으로 사용되며, 회화관과 고고학관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넓은 공원과 해자가 특징이며, 성 내부의 프레스코화는 롬바르디아 고딕 양식의 걸작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8유로이며, 토요일 오후에는 중세 의상을 입은 가이드의 특별 투어가 진행됩니다.

3. 산 미켈레 마조레 성당

11-12세기에 건립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걸작입니다. 샤를마뉴를 비롯한 많은 왕들이 이곳에서 대관식을 거행했습니다. 외벽의 사암 조각과 내부의 크립트(지하성당)가 특히 유명합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며 입장은 무료입니다. 성당 앞 광장에서는 매월 첫째 일요일에 골동품 시장이 열립니다.

4. 체르토사 디 파비아

파비아 북쪽 8km에 위치한 이 수도원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의 최고 걸작 중 하나입니다. 1396년에 건설이 시작되어 수세기에 걸쳐 완성되었습니다. 화려한 대리석 파사드, 정교한 조각들,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내부는 방문객들을 압도합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수도사들의 안내로 투어가 진행됩니다. 밀라노-파비아 기차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5. 코페르토 다리

14세기에 건설된 티치노 강의 상징적인 다리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파괴된 후 1951년에 원래 모습 그대로 재건되었습니다. 지붕이 있는 다리는 중앙에 작은 예배당을 품고 있으며, 일몰 시간대의 전망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다리 근처의 강변 산책로는 현지인들의 인기 있는 휴식 공간입니다.

6. 피아차 델라 비토리아

파비아의 중심광장으로 중세 시대부터 도시의 정치적, 상업적 중심지였습니다. 브롤레토 중세 시청사와 두오모가 광장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에는 전통 시장이 열리며 여름철 저녁에는 야외 콘서트와 문화 행사가 개최됩니다. 광장 주변의 카페들은 학생들과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입니다.

7. 두오모

16세기에 착공된 파비아 대성당은 이탈리아에서 네 번째로 큰 돔을 자랑합니다. 브라만테의 설계로 시작되었으나 완성까지 수세기가 걸렸습니다. 내부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영향을 받은 프레스코화들이 있습니다. 돔 위로 올라가면(입장료 4유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파비아 대학의 전통 골레지

파비아의 거리를 걷다 보면 중세부터 이어져 온 대학 문화의 숨결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래된 석조 건물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 고풍스러운 카페에서 열띤 토론을 나누는 교수들, 그리고 역사적인 도서관에서 연구에 몰두한 학자들의 모습은 파비아의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파비아 대학의 전통 중 가장 특별한 것은 골레지 시스템입니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 기숙사들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지적 교류의 장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특히 알모 콜레지오와 보로메오 콜레지오는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미와 현대적 학문 시설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매년 봄이 되면 도시는 라우레아 축제의 열기로 가득합니다. 졸업생들이 월계관을 쓰고 도시를 행진하는 전통은 수세기 동안 이어져 왔으며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졸업을 축하하는 모습은 파비아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입니다. 파비아의 학문적 전통은 도시의 일상생활 속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티치노 강변의 카페들은 비공식적인 세미나 장소가 되기도 하고 중세 시대의 회랑은 현대 학생들의 스터디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역사적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은 현대적인 연구 시설들은 전통과 혁신의 조화로운 공존을 보여줍니다.

특히 가을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되면 전 세계에서 모여든 학생들로 도시는 더욱 활기를 띱니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국제적인 분위기는 중세 시대부터 유럽의 지적 교류 중심지였던 파비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파비아는 과거의 영광스러운 학문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살아있는 대학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학문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파비아의 진정한 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