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시간이 고스란히 멈춰 있는 도시, 카세레스에서 만나는 천년의 이야기는 웅장한 성곽과 귀족들의 저택, 아랍과 유대인의 문화가 어우러진 골목길에서 진정한 스페인의 역사를 마주치는 곳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중세 기사들의 로맨스, 화려했던 귀족들의 생활, 그리고 현대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고도의 매력을 경험하고 에스트레마두라의 보석, 카세레스가 선사하는 시간여행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마법 같은 도시 카세레스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의 중심도시인 카세레스는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25년 로마의 카스트라 카엘리아로 시작된 이 도시는, 무어인들의 지배를 거쳐 13세기 알폰소 9세에 의해 재정복 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5-16세기는 카세레스의 황금기였습니다.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 이후 많은 정복자들이 이 지역 출신이었으며, 이들이 가져온 부를 바탕으로 도시는 화려한 르네상스 귀족문화를 꽃피웠습니다. 프란시스코 피사로와 같은 유명한 정복자들의 후원으로 지어진 수많은 궁전과 저택들은 오늘날 구시가지의 주요 건축물이 되었습니다.
카세레스의 구시가지는 마치 타임캡슐과 같습니다. 완벽하게 보존된 중세 도시의 모습으로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30개가 넘는 이슬람 시대의 탑과 50여 개의 르네상스 시대 귀족 저택들이 미로 같은 골목길을 따라 이어져 있습니다. 도시의 건축물들은 화강암으로 지어져 있어 돌의 도시라고도 불립니다.
도시의 건축 양식은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됩니다. 먼저 이슬람 시대의 군사 건축물로, 견고한 성벽과 감시탑이 대표적입니다. 다음으로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 저택들로, 화려한 문장과 장식이 특징입니다. 마지막으로 종교 건축물들은 로마네스크부터 바로크까지 다양한 양식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인구 약 10만 명의 카세레스는 중세의 분위기를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도시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구시가지의 많은 역사적 건물들이 호텔, 레스토랑, 박물관 등으로 활용되면서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식 관광지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의 전통 요리와 현대적인 미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카세레스의 시간이 멈춘 듯한 명소
1. 산타 마리아 광장
구시가지의 중심부에 위치한 이 광장은 카세레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고딕 양식의 산타 마리아 성당과 귀족 저택들로 둘러싸인 이곳은 중세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24시간 개방됩니다. 특히 야간 조명이 켜진 광장의 모습은 마치 중세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2, 고요르 궁전
15세기에 지어진 이 궁전은 카세레스의 가장 유명한 귀족 저택입니다.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유명하며, 화려한 플라테레스크 양식의 정면이 특징적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8유로이며,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3. 로스 기하로 궁전 박물관
현재 카세레스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이 건물은 16세기 르네상스 양식의 걸작입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지역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3유로이며,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3시까지 개방됩니다.
4. 유대인 지구
중세 시대 유대인들이 거주했던 구역으로, 좁은 골목길과 특색 있는 건축물들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특히 유대인 박물관에서는 당시 유대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이드 투어는 성인 5유로이며,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5시에 진행됩니다.
5. 부헤코 탑
12세기 알모하드 왕조 시대에 지어진 이 탑은 카세레스의 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25미터 높이에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4유로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됩니다.
6. 에르미타 데 라 파스
15세기에 지어진 작은 예배당으로, 고딕과 무데하르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물입니다. 내부의 프레스코화가 특히 유명합니다. 입장료는 2유로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7. 아르코 데 라 에스트렐라
18세기에 지어진 구시가지의 주요 출입문으로, 독특한 바로크 양식의 아치가 특징적입니다. 성벽 도시의 관문 역할을 했던 이 문은 마차가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되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24시간 개방됩니다.
카세레스의 중세 성벽, 시간을 초월한 도시의 수호자
카세레스의 성벽은 도시의 가장 상징적인 유산입니다. 로마 시대부터 시작되어 이슬람 시대를 거치며 완성된 이 성벽은 도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총길이 1,174미터, 높이 12미터에 달하는 이 방어 시설은 30개가 넘는 탑들과 함께 중세 군사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성벽은 크게 12세기 알모하드 시대와 13~15세기 기독교 재정복 이후의 두 시기에 걸쳐 건설되었습니다. 특히 알모하드 시대의 성벽은 견고한 화강암 블록으로 지어져 있어, 당시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보여줍니다. 각 탑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역사와 전설을 가지고 있으며, 부헤코 탑, 푸르카다 탑, 야구아스 탑 등이 특히 유명합니다.
성벽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시대의 건축 양식이 층층이 쌓여있다는 점입니다. 로마 시대의 기초 위에 세워진 이슬람 양식의 탑들, 그리고 기독교 시대에 추가된 방어 시설들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특히 성벽의 석재는 시대별로 다른 채석장에서 가져온 것으로, 색상과 질감의 차이를 통해 건축 시기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성벽의 주요 출입문인 아르코 데 라 에스트렐라는 18세기 건축가 마누엘 드 라라 추리기에라가 설계한 바로크 양식의 걸작입니다. 이 문은 당시 마차가 쉽게 회전할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곡선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성벽 산책로 개방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일몰까지이니다. 주요 탑 입장료는 부헤코 탑 전망대 포함 성인 4유로이며, 가이드 투어는 1시간 30분 코스가 12유로이고 매일 오전 11시, 오후 5시 출발합니다. 여름철 금, 토요일 저녁 특별 운영 야간투어가 15유로이며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특이하게 월 2회 일출/일몰 시간대 20유로로 특별 운영되는 사진 촬영 투어도 있습니다. 성벽 주변에는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살린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있어, 역사적인 환경에서 현지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성벽 카페에서는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의 전통 요리를 맛보며 성벽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벽 근처에는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재현한 숙박 시설들도 있어, 독특한 숙박 경험도 가능합니다. 매년 봄에는 성벽을 배경으로 중세 축제가 열리며, 당시의 의상을 입은 시민들과 다양한 공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야간에 진행되는 별빛 아래의 성벽 투어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