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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가 품은 산지미냐뇨, 중세 도시를 거닐다, 산지미냐뇨의 탑 이야기

by treblue 2025. 2. 13.

토스카나의 언덕 위에서 중세의 마천루를 자랑하는 산지미냐노는 토스카나의 맨해튼이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14개의 고딕 양식 탑들이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의 독특한 도시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특별한 여행이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중세의 마천루가 품은 산지미냐뇨

토스카나의 시에나와 피렌체 사이에 위치한 산지미냐노는 11세기부터 14세기까지 번영을 누린 중세 도시입니다. 로마에서 북유럽으로 이어지는 비아 프란치게나 순례길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이곳은 한때 72개의 탑을 자랑했습니다. 부유한 상인과 귀족 가문들은 자신의 권력과 부를 과시하기 위해 더 높은 탑을 지었고 이는 오늘날 산지미냐노만의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냈습니다. 흑사병과 피렌체의 지배를 겪으며 도시의 발전은 멈추었지만 이는 오히려 중세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9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지미냐노는 현재 14개의 탑을 보존하고 있으며 이는 중세 토스카나의 도시 건축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도시의 심장부인 치스테르나 광장은 중세 시대부터 주민들의 집회와 시장이 열리던 곳으로 지하에는 로마 시대부터 사용된 물 저장고가 있습니다. 광장 주변의 건물들은 13-14세기 고딕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며 특히 포데스타 궁전의 프레스코화는 당시 예술의 수준을 증명합니다. 산지미냐노는 와인과 샤프란의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베르나챠 와인은 이탈리아 최초로 DOC 인증을 받은 화이트 와인이며 이 지역의 샤프란은 중세 시대부터 귀중한 향신료로 거래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 전통은 이어져 수많은 와이너리와 농장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세 시대 상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듯합니다. 석조 건물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은 때로는 아치형 통로로 때로는 작은 광장으로 이어지며 방문객들을 중세로 안내합니다. 특히 해질 무렵 토스카나의 석양이 탑들 사이로 스며들 때 도시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산지미냐뇨 사진

산지미냐노 필수 방문지 중세 도시를 거닐다.

1. 토레 그로사

산지미냐노의 가장 높은 탑으로 54미터 높이를 자랑합니다. 1311년에 완공된 이 탑은 시청사의 일부이며 내부 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정상에서는 토스카나의 완벽한 전경과 도시의 중세 스카이라인을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9유로(시립박물관 통합티켓)이며 운영시간은 하절기 9:30-19:00, 동절기 10:00-17:30입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므로 편한 신발이 필수이며 강풍이 있는 날은 탑 상부가 폐쇄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2. 두오모

12세기에 건립된 산지미냐노의 주성당으로 내부 전체가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 있어 '토스카나의 시스티나 성당'이라고도 불립니다. 특히 구약과 신약의 이야기를 그린 프레스코 연작은 중세 미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성당 내 성 피나 예배당의 도메니코 길란다이오 프레스코화는 르네상스 미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입장료는 성인 7.50유로이며 개방시간은 월-금 10:00-17:00, 주말 10:00-16:00입니다. 미사 시간을 피해 방문하는 것이 좋으며, 사진 촬영은 허용되나 플래시 사용은 금지됩니다.

3. 치스테르나 광장

도시의 중심광장으로 8세기부터 사용된 우물이 있어 이름 지어졌습니다. 삼각형 모양의 광장은 중세 시대부터 시장과 축제가 열리던 장소였으며 주변은 중세 귀족 가문들의 저택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광장의 바닥은 붉은 벽돌과 돌로 물고기 뼈 모양으로 포장되어 있으며 이는 중세 시대의 포장 기술을 보여줍니다. 입장료는 없으며 24시간 개방됩니다. 광장 주변의 카페에서 유명한 젤라토를 맛보거나 저녁에는 현지 레스토랑에서 베르나챠 와인을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4.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당

13세기에 건립된 아우구스티누스회 성당으로 베노초 고촐리의 프레스코화로 유명합니다. 특히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를 그린 17개의 프레스코 연작은 르네상스 초기 미술의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단순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화려한 예술작품들로 가득합니다. 입장료는 성인 5유로이며, 운영시간은 매일 10:00-18:00입니다. 오디오 가이드는 영어, 이탈리아어로 제공되며, 자연광이 가장 좋은 오전 시간대 방문을 추천합니다.

5. 산지미냐노1300 박물관

정교한 도자기 모형으로 14세기 산지미냐노의 모습을 재현한 박물관입니다. 당시 존재했던 72개의 탑을 모두 확인할 수 있으며 중세 도시의 일상생활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전문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중세 도시의 건축과 사회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7유로이며 운영시간은 10:00-19:00입니다. 30분마다 영어 가이드 투어가 제공되며 야외 테라스에서는 실제 도시와 모형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6. 로카 성채

14세기에 건립된 요새로 현재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성채 위에서는 도시와 주변 토스카나 시골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일몰 시간대의 전망이 압도적입니다. 여름에는 야외 와인 시음회와 문화행사가 열립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개방시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입니다. 피크닉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이며 와인 박물관도 함께 있어 베르나챠 와인의 역사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하늘을 향한 야망 산지미냐노의 탑 이야기

산지미냐노의 탑들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중세 도시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13세기 도시의 유력 가문들은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탑을 건설했습니다. 가문의 위상은 탑의 높이로 측정되었고 이는 때로는 정치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가장 높은 토레 그로사는 54미터 높이로 1311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당시 시 의회는 이보다 높은 탑의 건설을 금지했는데, 이는 가문 간의 과도한 경쟁을 막고 도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살바욱치 가문의 쌍둥이 탑 아르딘겔리 가문의 악마의 탑 등 각각의 탑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탑들의 건축 기술은 당시의 뛰어난 공학 수준을 보여줍니다. 좁은 기초 위에 높이 솟은 이 구조물들은 정교한 석재 가공과 축조 기술의 결정체입니다. 내부의 목조 층계와 방들은 실제 거주와 방어의 기능을 모두 갖추었으며 일부 탑에는 비상시를 대비한 우물과 저장고도 있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14개의 탑은 중세 도시의 위용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를 둘러싼 올리브 숲과 포도밭을 배경으로 하늘을 찌르는 탑들의 실루엣은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으로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이 중세의 마천루들은 오늘날에도 산지미냐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상징이자 인간의 야망과 예술적 성취가 만들어낸 영원한 기념비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