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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 도시 카르카손, 중세의 순례길, 시테 드 카르카손

by treblue 2025. 2. 5.

프랑스 남부의 보석 같은 도시 카르카손에서 마주한 중세의 완벽한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2,500년의 역사를 품은 이중 성벽과 52개의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유럽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중세 요새도시입니다. 성 안에서 마주하는 골목길마다 중세의 로맨스가 살아 숨 쉬고 밤이 되면 황금빛 조명으로 물드는 성벽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지금 여러분을 시간여행으로 초대합니다.

카르카손 사진
카르카손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성채도시 카르카손

카르카손은 프랑스 남부 오드 지방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도시로 피레네 산맥으로 가는 고대 교역로의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기원전 6세기경 이베리아 인들이 처음 이곳에 정착한 이래 로마인, 비시고트족, 사라센족, 프랑크족 등 다양한 문명이 이곳을 거쳐 갔으며 각각의 문화가 도시에 독특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도시의 황금기는 중세 시대였습니다.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트렝카벨 가문의 통치 아래 카르카손은 번영을 누렸으며 이 시기에 오늘날 우리가 보는 웅장한 성곽의 대부분이 건설되었습니다. 특히 1209년 알비젠스 십자군 전쟁 이후 프랑스 왕권의 직접적인 통치 하에 들어가면서 도시는 더욱 견고한 요새로 발전했습니다.

19세기 중반 카르카손은 철도의 발달로 전략적 중요성을 잃고 거의 폐허가 될 뻔했습니다. 하지만 건축가 외젠 비올레 르 뒥의 열정적인 복원 작업 덕분에 중세의 모습을 완벽하게 되찾았고 오늘날 우리가 보는 웅장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카르카손의 특별함은 단순히 오래된 성벽에만 있지 않습니다. 도시는 크게 중세 성채도시인 시테와 현대적인 하위도시로 나뉘어 있어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시테의 이중 성벽은 총길이 3km에 달하며 로마 시대와 중세 시대의 축성 기술을 동시에 보여주는 귀중한 건축유산입니다.

카르카손의 명소, 중세의 순례길

1. 나르본네즈 성

카르카손 시타의 심장부에 위치한 나르본네즈 성은 12세기에 지어진 웅장한 성채입니다. 성 내부에는 중세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으며 특히 성벽 위를 따라 걸을 수 있는 투어가 인상적입니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카르카손의 전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성의 내부에는 중세 시대의 무기와 조각상, 프레스코화 등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입장료는 성인 9.5유로, 18세 미만 무료이며 4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10월부터 3월까지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됩니다. 성 내부 투어는 약 45분이 소요되며  영어 오디오 가이드 대여가 가능합니다.

2. 생나제르 바실리카

카르카손의 영적 중심지인 생나제르 바실리카는 11세기부터 14세기에 걸쳐 건립된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혼합된 아름다운 성당입니다. 특히 스테인드글라스는 13세기 작품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세 유리화 중 하나로 꼽힙니다. 햇살이 비치는 오전에 방문하면 색색의 빛이 성당 내부를 수놓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성당 내부의 장미창과 제단 장식 그리고 정교한 조각들은 중세 예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입장은 무료이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됩니다. 미사 시간에는 관광이 제한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3. 중세 박물관

시타 내에 위치한 중세 박물관은 당시의 일상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중세 시대의 의상, 가구,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중세 시대 학교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가 인상적입니다. 박물관에서는 중세 시대 필사본 제작 과정과 당시의 교육 방식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7유로, 학생 5유로이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됩니다.

4. 시타 성벽 산책로

이중 성벽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카르카손에서 꼭 경험해야 할 코스입니다. 총 3km에 달하는 성벽 위 산책로에서는 도시의 전경과 주변 포도밭 그리고 멀리 피레네 산맥까지 조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몰 시간에 방문하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성벽과 도시의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성벽 투어는 나르본네즈 성 입장권으로 이용 가능하며 가이드 투어는 별도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5. 중세 고문 박물관

중세 시대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이 박물관은 당시의 처벌과 고문 도구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비록 다소 섬뜩할 수 있지만 중세 시대의 사법 제도와 사회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박물관은 시타 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으며 입장료는 성인 8유로, 어린이 5유로입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12세 미만의 어린이는 보호자 동반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멈춘 성채, 시테 드 카르카손

카르카손의 시타는 단순한 성곽도시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입니다. 총면적 11헥타르에 달하는 이 성채도시는 이중 성벽과 52개의 첨탑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웅장한 모습은 중세 군사 건축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외벽은 로마 시대의 것을 기반으로 하고 내벽은 13세기 프랑스 왕실이 증축한 것으로, 각각의 시대가 남긴 건축 기술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시타 내부는 마치 미로와 같은 좁은 골목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적의 침입을 어렵게 하기 위한 군사적 설계의 결과입니다. 이 골목길들을 따라 중세 시대의 건물들이 즐비하며 현재는 레스토랑, 호텔, 기념품 상점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 광장인 플라스 마르쿠는 시타의 중심지로 여름철 저녁이면 거리 음악가들의 공연과 함께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시타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13-14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당시 남프랑스 고딕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건물들의 외벽은 지역에서 채취한 회색 석재로 지어졌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해지는 특성이 있어 수세기를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성벽의 꼭대기에는 중세 시대의 방어 시설인 호마가 재현되어 있어 당시의 방어 체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시타는 19세기 중반 외젠 비올레 르 뒥의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논란이 있었지만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완벽한 모습의 중세 성채도시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가 디자인한 원뿔형 지붕의 첨탑들은 비록 역사적 고증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카르카손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현재 시타에는 약 250여 명의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으며 매년 3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시타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현재진행형의 살아있는 도시로서 중세의 전통과 현대의 삶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질 무렵 성벽을 비추는 조명이 켜지면 시타는 마치 동화 속 성처럼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