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북단 발레 다오스타 주의 주도인 아오스타는 몽블랑, 마터호른, 그랑파라디소 등 알프스의 거봉들에 둘러싸인 고도 583m의 도시입니다. 고대 로마의 유적과 중세의 건축물이 완벽하게 보존된 이 도시는 알프스의 관문이자 프랑스와 스위스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유서깊은 알프스의 도시로 여행을 떠나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알프스의 로마 아오스타
기원전 25년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건설한 아우구스타 프래토리아 는 현재 아오스타의 전신입니다. 4개의 성문과 격자형 도로 구조, 원형극장 등 로마 시대의 도시 계획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알프스의 로마라고 불립니다. 도시의 전략적 중요성은 중세 시대에도 계속되었습니다. 프랑스로 가는 그랑 생 베르나르 고개와 스위스로 가는 프티 생 베르나르 고개를 통제하는 위치에 있어 수많은 성과 요새가 건설되었습니다. 특히 생 베르나르 고개는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 때 넘었던 유명한 경로입니다.
아오스타의 건축물들은 로마와 중세의 독특한 융합을 보여줍니다. 아우구스투스 개선문과 프래토리아 문은 로마의 위용을 보여주며 산트 오르소 대성당과 콜레지아타 성당은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의 아름다움을 전합니다. 이 지역의 음식 문화도 특별합니다. 폰티나 치즈, 잠본 드 보스 프로슈토 , 돼지고기 가공품인 라드 다르나드 등은 DOP 인증을 받은 특산품입니다. 추운 기후에 맞춰 발달한 이 지역의 요리는 진한 맛과 풍부한 영양이 특징입니다. 와인 문화도 독특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포도밭들에서는 특유의 미네랄한 맛을 가진 와인이 생산됩니다. 특히 토레트 품종으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은 이 지역의 자부심입니다.
아오스타는 사계절 관광도시입니다. 겨울에는 세계적인 스키 리조트들이 있는 알프스 스키의 중심지가 되며 여름에는 트레킹과 등산의 베이스캠프가 됩니다. 특히 그랑파라디소 국립공원은 알프스의 독특한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곳입니다.
도시의 이중언어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 정책은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프랑스와의 오랜 교류로 인해 형성된 이 특징은 건축과 음식, 축제 등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로마에서 중세까지 시간여행
1. 아우구스투스 개선문
기원전 25년에 건설된 로마 시대의 상징적 건축물입니다. 높이 11.5m의 단일 아치로 알프스를 배경으로 웅장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프랑스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며 특히 새벽과 일몰 시간대의 사진이 아름답습니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변에는 로마 시대 성벽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2. 산트 오르소 대성당
11세기에 건립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으로 지하 크립트와 회랑이 특히 유명합니다. 12세기에 제작된 프레스코화와 목조 성가대석의 조각이 뛰어납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운영시간은 7:00-19:00입니다. 매년 1월 30-31일 열리는 성 오르소 축제의 중심지입니다.
3. 로마 극장
1세기에 건설된 원형극장으로 남은 벽체 높이가 22m에 달합니다. 한때 4,000명을 수용했던 이 극장은 현재도 여름철 공연장으로 사용됩니다. 입장료는 성인 7유로이며 운영시간은 9:00-19:00입니다. 고고학 박물관과 함께 관람이 가능합니다.
4. 프래토리아 문
로마 시대 도시의 동쪽 정문으로 3개의 아치로 구성된 웅장한 구조물입니다. 높이 11.5m의 대리석 문은 당시 로마의 건축 기술을 보여줍니다. 입장료 없이 관람 가능하며 주변의 로마 시대 포장도로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5. 생 마르탱 드 코를레안 성
신석기 시대부터 로마 시대까지의 고고학적 유적이 발굴된 장소입니다. 특히 거석문화의 흔적과 제의적 건축물들이 중요합니다. 입장료는 성인 7유로이며 운영시간은 9:00-19:00(월요일 휴관)입니다.
6. 페니스 성
아오스타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13세기 성입니다. 오각형 구조와 내부 프레스코화가 특징이며 알프스의 중세 성채 건축을 대표합니다. 입장료는 성인 7유로이며 가이드 투어로만 관람이 가능합니다. 겨울철에는 운영 시간이 단축됩니다.
성 오르소의 전통 천년의 축제
아오스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매년 1월 30-31일 열리는 피에라 디 산토르소 축제입니다.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축제는 알프스의 전통 수공예와 민속 문화를 기념하는 행사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6세기경 성 오르소가 추운 겨울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옷과 나무로 만든 샌들을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이를 기념하여 시작된 축제는 점차 알프스 지역 장인들의 대축제로 발전했으며 현재는 매년 1,000명이 넘는 장인들이 참가하며 5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대규모 행사가 되었습니다.
축제의 중심은 전통 공예품 전시와 판매입니다. 목각, 석공예, 직물, 가죽 공예, 철공예 등 알프스 지역의 전통 공예가 모두 선보입니다. 특히 그롤라라 불리는 우정의 컵과 발레 다오스타 특유의 나무 조각품은 축제의 상징적인 작품입니다. 아틀리에 디모스트라티비에서는 장인들의 작업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 기술이 관람객들 앞에서 시연되며 일부 워크샵에서는 직접 체험도 가능합니다. 이는 전통 공예 기술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중요한 기회가 됩니다.
축제 기간 동안 도시는 민속 음악과 춤으로 가득합니다. 콤바 프레이차라 불리는 전통 가면 무용수들의 퍼레이드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각 마을의 전통 의상과 나무 가면을 쓴 무용수들이 겨울을 쫓아내는 고대의 의식을 재현합니다.
음식과 와인도 축제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로우 바이라 불리는 전통 술집들이 임시로 열려 폰티나 치즈 퐁듀, 폴렌타 코냐, 잠본 드 보스 등 지역 특산품을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베쿠 드 아오스타 와인은 축제를 위해 특별히 생산되는 와인입니다.
밤에는 베이아 디 산토르소라는 특별한 행사가 열립니다. 30일 밤부터 31일 새벽까지 도시 전체가 잠들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 것입니다. 거리마다 켜진 모닥불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 음악과 춤을 즐기며 전통 음식과 뜨거운 와인인 뱅 브륄레를 나눠 마십니다. 이처럼 성 오르소 축제는 단순한 민속 행사를 넘어 아오스타의 정체성과 공동체 정신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문화입니다. 알프스의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발달한 장인 정신과 서로를 돕는 공동체 문화는 이 축제를 통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