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성벽에 둘러싸인 중세의 동화 같은 마을 오비두스의 좁은 골목마다 흰색과 노란색의 줄무늬로 장식된 집들과 창가마다 가득한 알록달록한 꽃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특히 석양이 물들 때면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체리 리큐르 진자의 고향이자 포르투갈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세 마을로 손꼽히는 오비두스는 꼭 한 번은 방문해야 할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중세의 낭만이 살아숨쉬는 백색의 요새도시 오비두스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약 85km 떨어진 오비두스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잘 보존된 중세 도시 중 하나입니다. 해발 79m의 석회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완벽하게 보존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성벽의 길이는 약 1.5km에 달합니다. 도시의 모든 건물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고 파란색이나 노란색의 줄무늬로 장식되어 있어 '포르투갈의 흰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비두스의 역사는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8세기 무어인들의 지배를 받다가 1148년 포르투갈의 초대 왕 아폰소 엔리케스에 의해 재정복되었습니다. 특히 1282년 디니스 왕이 자신의 왕비 이자벨에게 결혼 선물로 이 도시를 바친 이후 오비두스는 포르투갈 왕비들의 영지가 되어 '왕비들의 도시'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도시의 건축양식은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등 다양한 시대의 특징을 보여주며 특히 마누엘 양식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고유의 건축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좁은 골목길과 계단식 거리는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도시 전체가 국가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오비두스는 연중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를 보이며 특히 봄과 가을에는 화창한 날씨와 함께 다양한 축제가 열려 관광하기에 최적의 시기입니다. 도시의 규모는 작지만 성벽 안에는 수많은 역사적 건축물, 교회, 분수, 그리고 전통 상점들이 밀집해 있어 하루 종일 걸어다니며 구경하기에 충분합니다. 최근에는 중세 축제, 초콜릿 축제, 크리스마스 마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며 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 전체가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차량 소음 없이 평화로운 중세 마을의 분위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오비두스의 시간여행지
1. 오비두스 성
12세기에 건립된 오비두스 성은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랜드마크입니다. 현재는 포르투갈 최초의 파라도르(역사적 건물을 개조한 고급 호텔)로 운영되고 있지만 내부 일부와 성벽은 일반인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벽 산책로는 도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입니다. 성벽 걷기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며 입장료는 성인 2유로입니다. 개방시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이며 우기나 강풍이 있을 때는 안전을 위해 출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2. 산타 마리아 성당
오비두스의 메인 광장에 위치한 이 성당은 12세기에 건립되었으며, 16세기에 재건축되었습니다. 내부의 아줄레주스 타일과 15세기 르네상스 회화는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입니다. 특히 1634년 이곳에서 열린 17세기 유명 화가 조시파 데 오비두스의 결혼식이 열린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성당 내부의 금으로 장식된 제단은 포르투갈 바로크 예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일 9시부터 18시까지 개방합니다. 미사 시간에는 관광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3. 산티아고 성당
13세기에 건립된 이 성당은 오비두스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고딕 양식의 외관과 바로크 양식의 내부 장식이 조화를 이루며 특히 제단 위의 성 야고보 조각상이 유명합니다. 성당 앞 광장은 중세 시대부터 시장이 열리던 곳으로, 현재도 주말마다 전통 시장이 열립니다. 내부의 청색 아줄레주스 타일은 18세기 포르투갈 타일 예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일 10시부터 17시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성당 옆 작은 박물관에는 종교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4. 시립박물관
16세기 귀족 저택을 개조한 박물관으로 오비두스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도시의 상징인 '진자' 리큐르의 역사와 제조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가 인상적입니다. 중세 시대의 생활용품, 종교 예술품, 고문서 등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오비두스의 과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4유로이며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0시부터 18시까지 운영됩니다. 매월 첫째 일요일은 무료입장이 가능합니다.
5. 아키발데 서점
중세 감옥을 개조한 독특한 서점으로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입니다. 천장의 고딕 아치와 석조 벽면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중세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 문학 작품과 오비두스 관련 서적을 주로 판매하며 옛 감옥 시설의 일부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없으며 매일 10시부터 19시까지 운영됩니다. 주말에는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립니다.
6. 성모 수난 성당
16세기에 건립된 이 성당은 마누엘 양식의 아름다운 포털이 특징입니다. 내부에는 17세기 바로크 제단과 아줄레주스 타일로 장식된 벽면이 있으며, 특히 천장의 프레스코화가 유명합니다. 성당 옆 작은 박물관에는 종교 예술품과 고문서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2유로이며, 매일 9시 30분부터 17시 30분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7. 노사 세뇨라 도 카르모 성당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이 성당은 오비두스에서 가장 화려한 내부 장식을 자랑합니다. 금박으로 장식된 제단과 성화, 그리고 청색 아줄레주스 타일의 조화가 압도적입니다. 특히 성당 앞 전망대에서는 오비두스 전체와 주변 포도밭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일 10시부터 18시까지 개방됩니다. 여름철 주말에는 클래식 음악 공연이 열리기도 합니다.
오비두스와 전설적인 진자 리큐르
오비두스를 대표하는 가장 독특한 전통은 바로 진자라 불리는 체리 리큐르입니다. 이 달콤하면서도 강렬한 맛의 술은 오비두스의 상징이자 자부심으로 특히 초콜릿 컵에 담아 마시는 독특한 음용 방식으로 유명합니다. 진자의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오비두스의 한 수녀원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전해집니다. 전설에 따르면 오비두스의 한 수녀가 병든 어린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지역에서 자생하는 야생 체리 와 브랜디, 설탕, 계피를 혼합해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이 음료가 놀라운 효과를 보이면서 점차 수녀원 밖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오늘날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전통주가 되었습니다.
오비두스의 거리마다 있는 진자 판매점들은 도시의 독특한 풍경을 만듭니다. 특히 초콜릿 컵에 담아 마시는 방식은 1980년대 한 지역 상인이 시작한 것으로 이제는 오비두스의 필수 경험이 되었습니다. 진자를 마신 후 초콜릿 컵을 먹는 즐거움은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합니다. 매년 7월에는 진자 축제가 열리는데 이 기간에는 도시 전체가 체리와 진자의 향연으로 변합니다. 축제 기간 동안 방문객들은 다양한 진자 시음회, 전통 제조 방법 시연, 요리 워크샵 등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밤이 되면 성벽을 따라 이어지는 진자 바들이 독특한 밤문화를 만들어냅니다.
진자는 단순한 술이 아닌 오비두스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보존하고 있으며, 'Ginja de Óbidos'라는 원산지 표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전통 제조법에 따르면 최상품의 체리를 수확해 최소 6개월 이상 브랜디에 담가두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계피, 설탕 등이 독특한 비율로 첨가됩니다.
오늘날 오비두스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진자 시음은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특히 성벽 산책 후 즐기는 차가운 진자 한 잔은 중세 도시의 낭만을 완성하는 마지막 터치가 됩니다. 이처럼 진자는 오비두스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대적 관광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자리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