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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왕국 그라나다, 왕국의 흔적을 찾아서, 타파스 문화

by treblue 2025. 2. 7.

시에라 네바다의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붉게 물든 알함브라 궁전과 좁은 골목마다 울리는 플라멩코의 기타 선율 그리고 따뜻한 타파스의 향연까지 이슬람의 마지막 왕국이었던 그라나다는 시간이 멈춘 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알바이신 지구의 하얀 집들 사이로 펼쳐지는 알함브라의 궁전과 정원은 마치 천일야화의 한 장면처럼 황홀하고 해 질 녘 미라도르 산 니콜라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합니다.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그라나다만이 간직한 특별한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이슬람 왕국의 숨결이 살아있는 그라나다

안달루시아의 보석이라 불리는 그라나다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 기슭에 자리 잡은 도시로 지중해와 불과 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다로 강과 헤닐 강이 만나는 이 비옥한 땅은 기원전부터 다양한 문명의 터전이 되어왔습니다. 특히 711년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에 진출한 이후, 그라나다는 점차 중요한 문화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13세기부터 1492년까지 나스르 왕조의 수도였던 그라나다는 이슬람 스페인의 마지막 왕국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건설된 알함브라 궁전은 이슬람 건축의 절정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당시 그라나다의 찬란했던 문화를 증명합니다. 특히 나스르 왕조는 학문과 예술을 크게 발전시켰고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 문화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황금기를 이끌었습니다.

1492년 카톨릭 양왕에 의해 재정복 된 후에도 그라나다는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했습니다. 알바이신 지구의 모리스코 개종한 무슬림 문화는 새로운 기독교 문화와 융합되어 독특한 예술 양식을 탄생시켰습니다. 16세기에 지어진 그라나다 대성당은 고딕과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특별한 건축물로 이러한 문화적 융합을 잘 보여줍니다. 기후는 지중해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여름은 덥고 건조하지만 시에라 네바다의 영향으로 밤에는 비교적 서늘합니다. 겨울에는 도시에서 스키장까지 30분 거리에 있어 같은 날 스키와 지중해 해변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합니다. 인구 약 23만의 도시로 1531년에 설립된 그라나다 대학을 중심으로 활발한 학문과 문화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타파스 문화가 발달해 있어 음료를 주문하면 무료로 제공되는 풍성한 타파스는 그라나다의 자랑입니다.

그라나다 사진
알바이신 지구

왕국의 흔적을 찾아서

1. 알함브라 궁

이슬람 건축의 최고 걸작이자 스페인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이 궁전은 붉은 성채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스르 궁전의 섬세한 아라베스크 문양과 기하학적 장식과 헤네랄리페 정원의 우아한 분수 그리고 찰스 5세 궁전의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특히 사자의 중정과 왕의 방의 정교한 장식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입장료는 성인 14유로이며 반드시 사전예약이 필요합니다. 운영시간은 계절별로 다르나 보통 8:30-20:00입니다. 해질녘 방문이 가장 아름답지만 티켓은 3개월 전부터 예약이 시작되므로 서둘러야 합니다.

2. 알바이신 지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슬람 시대의 옛 주거지로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과 하얀 집들이 특징입니다. 카르멘이라 불리는 정원이 있는 전통 가옥들과 아랍식 목욕탕, 고대 이슬람 사원 터에 세워진 교회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미라도르 산 니콜라스에서 바라보는 알함브라와 시에라 네바다의 일몰 풍경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으로 꼽힙니다. 입장료는 없으며 24시간 개방되어 있지만 해 질 녘 방문을 추천합니다. 좁은 골목이 많아 편한 신발은 필수입니다.

3. 그라나다 대성당

스페인 최초의 르네상스 성당으로 1523년 공사가 시작되어 200년에 걸쳐 완성되었습니다.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웅장한 외관과 화려한 내부 장식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메인 제단과 왕실 예배당은 스페인 르네상스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5유로이며 월요일-토요일 10:00-18:30, 일요일 15:00-17:30에 운영됩니다. 오디오 가이드(추가 3유로)를 추천합니다.

4. 카르투하 수도원

16세기에 건설된 이 수도원은 바로크 양식의 극치를 보여주는 건축물입니다. 특히 성구실 의 화려한 대리석 장식과 천장 프레스코화는 감탄을 자아냅니다. 수도원 교회의 내부 장식은 스페인 바로크 예술의 정수로 여겨집니다. 입장료는 성인 5유로이며 화요일-일요일 10:00-18:00에 운영됩니다. 사진 촬영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5. 사크로몬테 지구

알바이신 북동쪽에 위치한 집시들의 전통 거주지로 동굴 집들과 플라멩코 문화로 유명합니다. 동굴 박물관에서는 전통적인 집시들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밤에는 동굴 타블라오에서 진정한 플라멩코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동굴 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5유로이며 10:00-18:00에 운영됩니다. 플라멩코 공연은 별도로 예약이 필요하며 가격은 공연별로 25-40유로 선입니다.

그라나다의 맛있는 자부심 무료 타파스 문화

음료 한 잔에 풍성한 한 끼 식사가 무료로 제공되는 곳 그라나다의 타파스 문화는 스페인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이곳에서 타파스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살아있는 문화유산입니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에서 몇 안 되는 음료만 주문해도 무료로 타파스를 제공하는 도시입니다. 이 전통은 13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는데 당시 알폰소 10세가 질병 예방과 과도한 음주를 막기 위해 음료와 함께 반드시 음식을 제공하도록 법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라나다는 이 전통을 현재까지 가장 충실히 지켜오고 있는 도시입니다.

타파스의 종류는 바마다 다양하지만 보통 첫 잔에는 간단한 올리브나 감자칩, 두 번째 잔부터는 점점 더 풍성한 타파스가 제공됩니다. 하몽, 알보디가스 미트볼, 가스파초, 토르티야 등 다양한 스페인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그라나다의 타파스는 양이 매우 풍성해서 2-3군데만 돌아도 충분한 저녁 식사가 됩니다. 타파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도 있습니다. 현지인들처럼 즐기려면 한 곳에서 1-2잔 마시고 다음 바로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이르 데 타파스라고 하는데 이는 그라나다의 저녁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레알리호 지구와 알바이신 지구에는 전통 있는 타파스 바들이 많이 있습니다.

추천하는 대표적인 타파스 바로는 보데가 카스타녜다, 로스 다이아만테스, 바르 포에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바는 저마다의 시그니처 타파스가 있어 여러 곳을 돌아보는 것이 그라나다의 미식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타파스를 주문할 때는 간단한 스페인어를 알아두면 좋습니다. Una cana, por favor 라고 하면 기본적인 주문이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바에서는 주문한 음료와 함께 자동으로 타파스를 제공하지만 가끔은 메뉴에서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러한 타파스 문화는 그라나다의 사회적 교류의 중심이 되어왔습니다. 사람들은 바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관광객들에게도 이는 단순한 식사 이상의 문화적 경험으로 그라나다 여행의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