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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포루투갈

절벽 위의 도시 론다, 경이로운 유산들, 카미노 데 로스 몰리노스

by treblue 2025. 2. 7.

깊이 120미터의 절벽을 가로지르는 누에보 다리 위에 서면 시간이 멈춘 듯한 론다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에르네스트 헤밍웨이와 오릴리아 릴케가 사랑했던 이 작은 산악도시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과 절벽 위의 하얀 도시가 만들어내는 극적인 풍경으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타호 강이 만들어낸 깊은 협곡 위에 세워진 론다에서 안달루시아의 가장 로맨틱한 순간 여행을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론다 사진
론다 누에보 다리

하늘과 맞닿은 절벽 위의 도시 론다

안달루시아의 말라가 주에 위치한 론다는 해발 750미터의 높은 절벽 위에 자리 잡은 독특한 도시입니다. 타호 강이 수백만 년에 걸쳐 깎아낸 엘 타호 협곡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세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은 론다를 천연 요새이자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극적인 풍경을 가진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기원전 6세기경 켈트족이 처음 정착한 이후 페니키아, 로마, 이슬람 등 다양한 문명이 이곳을 거쳐 갔습니다. 특히 이슬람 시대에 론다는 독립적인 타이파 왕국의 수도로서 번영을 누렸습니다. 이 시기에 건설된 아랍식 목욕탕과 궁전들은 현재까지도 도시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남아있습니다.

1485년 가톨릭 연합군에 의해 재정복 된 이후 론다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18세기에 완공된 누에보 다리는 도시의 상징이 되었고 스페인 최초의 공식 투우장이 건설되면서 론다는 현대 투우의 발상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9세기 들어 론다의 극적인 풍경은 수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을 매료시켰습니다. 헤밍웨이는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론다를 배경으로 삼았고 시인 릴케는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론다에 대한 편지를 썼습니다. 오르손 웰스는 이곳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유해 일부를 론다의 한 농장에 묻어달라고 유언했습니다. 론다는 인구 약 35,000명의 작은 도시지만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안달루시아의 보석입니다. 지중해성 기후와 고도의 영향으로 사계절이 뚜렷하며 특히 봄과 가을은 관광하기에 최적의 날씨를 자랑합니다.

절벽과 역사가 빚어낸 론다의 경이로운 유산들

1. 누에보 다리 

1793년 완공된 누에보 다리는 론다의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높이 98미터, 길이 66미터의 이 다리는 타호 협곡을 가로지르며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합니다. 다리 중앙에는 과거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방이 있으며 현재는 다리의 건설 과정을 보여주는 작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절벽과 협곡의 전망은 숨이 멎을 듯 아름답지만 가장 인상적인 전망은 협곡 아래 산책로에서 올려다보는 모습입니다. 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2.5유로이며 연중무휴 10:00-18:00에 운영됩니다. 일몰 시간대 방문을 추천하며 바람이 강한 날이 많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2. 론다 투우장

1785년에 건설된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투우장으로, 현대 투우의 발상지입니다. 페드로 로메로가 창시한 론다 투우 학파의 본거지이며 투우장 내부의 박물관에는 투우의 역사와 전통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직경 66미터의 원형 경기장과 136개의 투스칸 기둥이 만드는 2층 구조의 관람석은 건축학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닙니다. 입장료는 성인 8유로이며 월요일-일요일 10:00-18:00(여름철 20:00)에 운영됩니다. 오디오 가이드(추가 3.5유로)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3. 몬드라곤 궁전

14세기 이슬람 시대에 지어진 후 기독교 시대에 개조된 이 궁전은 무데하르 양식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정교한 목공예 천장, 화려한 타일 장식 그리고 3개의 아름다운 파티오가 특징이며 현재는 론다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궁전에서 내려다보는 협곡과 주변 산맥의 전경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3.5유로이며, 화요일-일요일 10:00-18:00에 운영됩니다.

4. 산타 마리아 라 마요르 교회

이슬람 시대의 중앙 모스크를 개조해 만든 교회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물입니다. 특히 성가대석의 화려한 조각과 무슬림 시대의 미흐라브가 남아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4유로이며 월요일-토요일 10:00-17:00, 일요일 10:00-14:00에 운영됩니다.

5. 알모카바르 문과 아랍식 목욕탕

13세기 이슬람 시대의 성문과 당시 사용되던 공중목욕탕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특히 목욕탕의 천장에 뚫린 별모양 채광창과 온수, 냉수, 온수실의 구조가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입장료는 성인 3.5유로이며 화요일-일요일 10:00-17:00에 운영됩니다.

론다의 절경 트레킹 루트 카미노 데 로스 몰리노스

깊이 120미터의 타호 협곡을 따라 펼쳐지는 론다의 트레킹 루트는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선사합니다. 절벽과 다리와 올리브 숲과 포도밭이 어우러진 이 길은 헤밍웨이가 산책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했던 이유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론다의 트레킹 루트 중 가장 유명한 카미노 데 로스 몰리노스는 옛 물레방앗간들을 따라 이어지는 협곡 아래의 길입니다. 누에보 다리 아래에서 시작하는 이 트레일은 약 2km 길이로 론다의 가장 극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리를 올려다보는 각도에서 촬영하는 사진은 론다의 대표적인 포스트카드 이미지가 됩니다. 트레킹 코스는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봄에는 야생화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울창한 녹음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맑은 공기와 함께 시에라 데 라스 니에베스 산맥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 일찍이나 해질 무렵의 황금빛 조명은 사진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입니다.

트레킹 시 주의할 점은 여름철에는 오전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으며 겨울철에는 미끄러운 구간이 있을 수 있으니 적절한 등산화가 필요합니다. 물과 간식은 필수이며 협곡 아래는 휴대폰 신호가 잡히지 않는 구간이 있으므로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루트 중간에는 18세기에 지어진 물레방앗간들의 흔적을 볼 수 있으며 이 방앗간들은 한때 론다의 중요한 산업시설이었으며 현재는 역사적 유산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이슬람 시대의 수로 시스템도 발견할 수 있어 트레킹과 함께 역사 탐방도 즐길 수 있습니다.

트레킹 코스의 끝자락에는 쿠에바 델 가토라는 동굴이 있습니다. 이 자연 동굴에서는 시원한 지하수가 흘러나와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에 좋습니다. 론다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이곳은 현지인들의 여름 피서지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론다의 트레킹 루트는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자연과 역사, 그리고 예술이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걷는 내내 변화하는 절경과 함께하는 이 여정은 론다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