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고딕 건축물들과 푸른 잔디가 펼쳐진 칼리지 정원과 캠 강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펀트 배들이 만드는 우아한 풍경 그리고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천재들을 배출해온 캠브리지는 마치 동화 속 한 페이지를 걷는 듯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뉴턴의 사과나무부터 DNA 구조를 발견한 펍까지 과학과 예술의 역사가 도시 곳곳에 살아 숨쉬는 이곳에서 영국 최고의 지성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학문의 정원 캠브리지
1209년 옥스포드에서 온 학자들이 설립한 캠브리지 대학은 잉글랜드 동부의 평화로운 습지대에 자리 잡았습니다. 캠 강을 따라 31개의 칼리지들이 늘어서 있는 이 도시는 중세부터 현대까지 과학과 인문학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도시의 건축은 중세 고딕부터 빅토리아 시대의 네오고딕까지 다양한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킹스 칼리지 채플의 선형 볼트 천장과 트리니티 칼리지의 웅장한 대문은 영국 건축사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캠브리지는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뉴턴, 다윈, 호킹과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의 발자취가 도시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수학 다리를 건너고 애플 트리 야드를 거닐다 보면 이들의 영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상징인 펀팅은 캠브리지만의 특별한 문화입니다. 긴 장대로 배를 젓는 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강을 따라 이동하며 Backs라 불리는 칼리지들의 후정 정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캠브리지는 도보로 둘러보기 좋은 규모이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과 역사적인 건물들이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는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캠 강의 시구를 따라 흐르는 지성의 순례길
1. 킹스 칼리지 채플
영국 고딕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킹스 칼리지 채플은 1446년에 착공하여 거의 100년에 걸쳐 완성되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팬 볼트 천장과 르네상스 시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특히 유명합니다. 매일 저녁 열리는 이브송 성가대 공연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크리스마스 이브의 Nine Lessons and Carols 예배는 BBC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됩니다. 입장료는 성인 10파운드이며, 성수기(3월-10월) 9시30분-16시30분, 비수기는 시간이 다소 축소됩니다. 예배 시간에는 관광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2. 트리니티 칼리지
영국 왕실이 설립한 트리니티 칼리지는 캠브리지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칼리지입니다. 뉴턴, 베이컨, 바이런 등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웅장한 그레이트 코트와 뉴턴이 연구하던 사과나무로 유명합니다. 특히 그레이트 코트 런은 시계가 12시를 치는 동안 커다란 중정을 한 바퀴 도는 전통이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8파운드이며, 10시-16시30분까지 개방됩니다. 학기 중에는 방문 시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3. 세인트 존스 칼리지와 수학 다리
1511년 설립된 세인트 존스 칼리지는 '다리들의 칼리지'로 유명합니다. 특히 수학 다리는 1749년에 건설된 목조 다리로, 수학적 계산만으로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어졌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칼리지의 네오고딕 양식 건물인 '뉴 코트'는 베네치아의 탄식의 다리를 모델로 한 '다리의 한숨'으로도 유명합니다. 입장료는 성인 10파운드이며, 매일 10시-17시까지 개방됩니다. 특히 봄철 정원의 꽃이 만발할 때 방문하면 좋습니다.
4. 피츠윌리엄 박물관
캠브리지 대학의 미술관이자 골동품 박물관으로, '영국의 작은 루브르'라 불립니다. 이집트 유물부터 인상파 걸작, 도자기, 무기, 필사본 등 50만 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네, 드가, 렘브란트의 작품들이 유명합니다. 웅장한 신고전주의 건물 자체도 훌륭한 포토 스팟입니다. 입장은 무료이며, 화요일-토요일 10시-17시, 일요일 12시-17시까지 운영됩니다. 정기적으로 특별전시회가 열립니다.
5. 캠브리지 대학 식물원
1846년에 조성된 40에이커 규모의 정원으로, 8,000종 이상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유리온실, 겨울정원, 암석원, 수생식물원 등 다양한 테마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윈이 실험을 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입장료는 성인 7파운드이며, 10시-18시(겨울철 16시)까지 운영됩니다. 계절별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연중 방문 가치가 있습니다.
6. 펀팅 투어
캠브리지의 필수 체험인 펀팅은 긴 장대로 배를 젓는 전통적인 보트 투어입니다. 캠 강을 따라 이동하며 'Backs'라 불리는 칼리지들의 후정 정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각 칼리지의 역사와 전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요금은 45분 투어 기준 성인 25파운드 정도이며, 직접 배를 젓는 셀프 펀팅도 가능합니다. 여름철에는 사전예약이 필수입니다.
7. 라운드 처치
1130년에 건립된 노르만 양식의 원형 교회로, 영국에 현존하는 4개의 원형 교회 중 하나입니다. 십자군 기사들이 예루살렘의 성묘교회를 본떠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현재는 기독교 유산 센터로 운영되며, 캠브리지의 기독교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4파운드이며, 월요일-토요일 10시-17시까지 운영됩니다.
DNA의 비밀이 풀린 순간 이글 펍의 과학 혁명
캠브리지의 가장 흥미로운 역사적 순간 중 하나는 1953년 2월 28일 이글 펍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날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우리가 생명의 비밀을 발견했다는 크릭의 유명한 발언이 울려 퍼진 이 역사적인 순간 이후 이글 펍은 과학자들의 펍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 당시 이글 펍은 캠브리지 과학자들의 비공식 토론장이었습니다. 특히 RAF Bar라 불리는 뒷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 조종사들이 천장에 라이터로 남긴 서명들로 유명했으며 이곳에서 수많은 과학적 토론과 발견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재도 이글 펍은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DNA 구조 발견을 기념하는 특별한 맥주 Eagle's DNA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펍 내부에는 당시의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 사진들과 설명이 전시되어 있으며, 왓슨과 크릭이 앉았던 테이블은 특별히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글 펍의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현재도 캠브리지의 과학자들과 학생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입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과학 퀴즈 나이트가 열리며 연중 다양한 과학 관련 이벤트가 개최됩니다. 특히 노벨상 시즌이 되면 수상 가능성이 있는 캠브리지 과학자들이 이곳에 모여 결과를 기다리는 전통이 있습니다. 펍의 메뉴도 과학적 유산을 반영합니다. Watson & Crick's Special, Rosalind Franklin Tribute와 같은 특별 메뉴들은 DNA 발견의 역사를 기념합니다. 특히 DNA 구조를 본떠 만든 칵테일은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이글 펍은 단순한 술집이 아닌 과학 역사의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매년 전 세계의 과학자들과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DNA 발견의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어갑니다. 특히 케임브리지 대학의 생물학과 학생들은 졸업 전에 반드시 이곳에서 한 잔을 마시는 것을 전통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글 펍은 캠브리지의 학문적 전통과 일상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으로 과학의 역사가 술잔 속에 녹아있는 독특한 문화유산입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한 잔의 맥주와 함께 현대 과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가 이루어진 순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