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중부의 들판을 지나는 길에 사방으로 펼쳐진 올리브 나무들이 순례자를 반기는 곳. 파티마의 유명한 대성당에서 조금 벗어난 이곳 발린호스는 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가는 숨겨진 보석 같은 성지입니다. 전 일부러 시간 내서 다녀왔어요. 대중교통을 타고 알주스트렐 마을에서 내려 작은 오솔길을 걷기 시작하자 매미 소리와 풀향기가 반기더라고요. 5월 말 경인데 더웠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다 보니 1917년 8월 19일 천국이 이 땅에 잠시 내려온 그 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성모상이 나타났습니다. 파티마 대성당의 화려함과는 달리 이곳의 소박한 아름다움은 진정한 영성의 깊이를 느낄 수 있으며 세계 각국의 순례자들이 붐비는 코바 다 이리아와도 다른 발린호스에서는 오로지 나만의 기도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한 농부가 건네준 올리브 열매를 손에 쥐고 루치아, 자신타, 프란시스코가 당시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성모님의 평화의 메시지가 지금 이 순간 내게도 전해지는 듯했답니다.
발린호스의 성모님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가장 유명한 성모 발현지는 코바 다 이리아이지만 많은 순례자들이 놓치는 중요한 발현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발린호스입니다. 이곳은 파티마 중심지에서 약 2km 떨어진 조용한 시골 지역으로 1917년 성모 마리아가 세 목동 아이들에게 나타나신 특별한 장소입니다. 발린호스 발현의 역사는 1917년 8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루치아 산토스와 그녀의 사촌 프란시스코 마르토, 자신타 마르토는 매월 13일 코바 다 이리아에서 성모님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8월 13일 이 세 아이들은 당시 우렘 지역 행정관의 명령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는 바람에 약속된 발현을 보지 못했습니다.
행정관은 아이들에게 성모 발현의 비밀을 말하라고 위협했고심지어 끓는 기름에 빠뜨리겠다고 협박했지만 아이들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에 아이들은 석방되었습니다.
며칠 후인 8월 19일 오후 세 목동 아이들이 가족의 양을 돌보고 있을 때 갑자기 그들은 익숙한 빛의 깜박임을 보았습니다. 성모 마리아가 발린호스에 있는 작은 떡갈나무 위에 나타나신 것입니다. 이 발현은 원래 예정되었던 13일에 아이들이 체포되어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특별히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이 날 성모 마리아는 아이들에게 매일 로사리오 묵주기도를 계속 바칠 것을 당부하셨고 10월에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다시 한번 약속하셨습니다. 만약 아이들이 체포되지 않았다면 기적이 더 위대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성모님은 "죄인들을 위해 많이 기도하고, 많은 희생을 바치세요. 많은, 많은 죄인들이 지옥으로 가고 있어요. 그들을 구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에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발린호스 발현이 원래 계획된 장소 코바 다 이리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이는 성모님의 메시지가 특정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신앙과 기도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세 아이들이 억압과 위협 속에서도 진실을 고수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증언이 진실임을 더욱 확신하게 합니다.
코바 다 이리아의 발현들이 보통 수만 명의 군중들 앞에서 일어났던 것과 달리 발린호스에서의 발현은 오직 세 아이들만이 경험한 사적인 만남이었습니다. 이것은 발린호스가 더욱 친밀하고 개인적인 기도의 장소로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1917년 발현 이후 발린호스는 점차 중요한 순례지로 발전했습니다. 1956년 발현이 일어난 정확한 위치에 가톨릭 신자들의 기부로 아름다운 기념비가 세워졌습니다. 이 기념비는 오늘날 발린호스를 방문하는 순례자들이 기도하고 묵상하는 주요 장소가 되었습니다.
발린호스는 또한 1916년 평화의 천사 가 세 목동 아이들에게 세 번째로 나타난 곳이기도 합니다. 이 천사는 성체를 들고 나타나 아이들에게 영성체를 주었습니다. 이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캐브코 언덕에 '포르투갈의 수호천사'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발린호스의 십자가의 길 영성의 오솔길
발린호스는 단순히 성모 발현이 일어난 장소를 넘어, 깊은 영적 체험을 제공하는 순례 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비아 사크라 도스 발린호스' 즉 발린호스의 십자가의 길입니다.
이 십자가의 길은 알주스트렐 마을에서 시작하여 발린호스를 지나 헝가리 갈바리오 로 알려진 장소까지 이어집니다. 길을 따라 15개의 작은 경당이 있으며 각 경당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각 단계를 나타냅니다. 이 경당들은 1964년에 헝가리 망명자들의 기부로 건설되었으며 독특한 건축 양식을 보여줍니다.
순례자들은 이 길을 걸으며 각 경당에서 멈추어 기도하고 묵상합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무릎으로 기어 올라가는 '성스러운 계단'은 깊은 헌신을 보여주는 순례 전통입니다. 이 길은 올리브 나무와 떡갈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평화롭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십자가의 길 끝에는 '헝가리 갈바리오'가 있습니다. 이곳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장면을 묘사한 대형 십자가와 조각상이 있는 곳으로 많은 순례자들이 기도를 마치는 장소입니다. 헝가리 갈바리오에서는 넓은 파티마 지역의 아름다운 전망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발린호스의 또 다른 중요한 장소는 성모 발현 기념비입니다. 이 아름다운 하얀 석조 기념비는 성모 마리아가 1917년 8월 19일에 정확히 나타나신 장소를 표시합니다. 기념비 주변에는 기도할 수 있는 벤치들이 있어, 순례자들이 조용히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발린호스를 방문하는 순례자들은 또한 근처의 알주스트렐 마을도 방문합니다. 이곳은 세 목동 아이들이 살았던 집들이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루치아의 집과 프란시스코와 자신타의 집은 박물관으로 운영되며 아이들의 일상생활과 그들이 경험한 발현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많은 순례자들이 발린호스를 방문할 때 특별한 영적 체험을 보고합니다. 이곳의 고요함과 평화로운 분위기는 깊은 기도와 묵상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특히 파티마 대성당의 번잡함에 지친 순례자들에게 발린호스는 영적 재충전의 장소가 됩니다.
발린호스는 일반적인 관광 코스에서 벗어나 있어 많은 일반 관광객들은 이곳을 방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순례자들에게 이곳은 파티마 순례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발린호스의 평화로운 자연 환경과 깊은 영적 의미는 잊을 수 없는 순례 경험을 제공합니다.
발린호스 방문하기
현대의 순례자들이 발린호스를 방문하는 것이 예전보다는 훨씬 쉬워졌지만 여전히 이곳은 주요 관광 루트에서 벗어나 있어 조금의 모험심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 절에서는 발린호스를 방문하기 위한 실용적인 정보 소개합니다.
발린호스는 파티마 성지에서 약 2km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도보로 방문
많은 순례자들이 파티마 성지에서 알주스트렐 마을을 거쳐 발린호스까지 걷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이 경로는 약 3-4km이며, 편안한 속도로 걸으면 약 40-60분이 소요됩니다. 이 방법은 세 목동 아이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는 진정한 순례 경험을 제공합니다.
2. 관광 열차
파티마에서는 주요 성지들을 연결하는 관광 열차가 운행됩니다. 이 열차는 파티마 성지에서 출발하여 알주스트렐, 발린호스, 그리고 다시 성지로 돌아오는 루트를 제공합니다. 티켓은 약 5유로이며, 하루 종일 승하차가 가능합니다.
3. 자동차 또는 택시
렌터카나 택시를 이용하여 발린호스에 직접 갈 수도 있습니다. 발린호스 기념비 근처에 작은 주차장이 있어 차량 접근이 가능합니다.
4. 가이드 투어
파티마에서는 발린호스를 포함한 '확장 투어'를 제공하는 여러 가이드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러한 투어는 각 장소의 역사적, 영적 의미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여 더 풍부한 경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한국어 가이드는 없어서 영어가이드 선택하는 게 그래도 수월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