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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지

빛의 실루엣 멤버투, 원주민 신앙의 부활, 벽에 나타난 성모

by treblue 2025. 4. 17.

드나이스 사이먼의 소박한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날의 특별함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이 주 전부터 수백 명의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여기까지 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실 문을 열자 작은 제단으로 변한 공간에서 로사리오 기도 소리가 울려 퍼졌고, 벽 한쪽에 희미하게 드러난 실루엣은 분명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었습니다. 백인과 원주민이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상처가 치유되는 듯했으며 뱃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올라왔습니다. 뭔가 가슴 벅찬 느낌이 들었답니다. 드나이스의 할아버지 사진 옆에 나타난 성모님은 400년 전 이 대륙에 첫발을 디딘 가톨릭 신앙과 원주민의 만남을 상기시키는 듯했고, 저녁이 되자 전등을 끄자 벽의 실루엣은 더 선명하게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미크맥 언어와 영어가 섞인 기도 소리 속에서 문화와 역사를 초월한 화해의 메시지가 내 가슴에 깊이 새겨진 정말 어렵게 찾아간 성지의 보람된 일정이었습니다.

원주민 공동체에 나타난 빛의 실루엣

2013년 1월 12일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케이프 브레튼 섬의 멤버투 원주민 보호구역 드나이스 사이먼이라는 미크맥 원주민 여성의 침실 벽에서 놀라운 현상이 목격되었습니다. 벽면에 성모 마리아의 실루엣처럼 보이는 30센티미터 크기의 하얀 형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드나이스는 처음 이 현상을 발견했을 때 의심스러운 마음에 여러 방법으로 검증을 시도했습니다. 벽을 문질러보고, 빛의 반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등을 켰다 껐다 반복했습니다. 놀랍게도 방의 전등을 끄면 이 이미지는 더욱 선명하게 빛났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있어서 감정이 복잡했어요. 울고 싶었고, 혼란스럽고 두렵기도 했죠. 하지만 곧 기쁨이 밀려왔어요. '오, 세상에, 그녀가 제 방에 오셨어요. 여기 계시다니요.' 누가 뭐라고 해도 저는 그게 복되신 성모 마리아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어요.라고 드나이스는 당시의 경험을 회상했습니다.

이 현상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성모 마리아의 실루엣이 나타난 위치였습니다. 벽에 걸려있던 드나이스의 할아버지 사이먼 마샬의 사진 바로 옆이었습니다. 그는 멤버투 원주민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로, 1992년에 세상을 떠난 열성적인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드나이스는 할아버지가 성 안나 미션 교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것을 기억하며, 할아버지는 교회를 위해 너무나 열심히 일하셨어요. 제 눈에는 할아버지가 성인이나 다름없어요. 성모님이 여기 나타나신 것도 할아버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습니다.

현상을 발견한 지 이틀 후, 드나이스는 침실 가구를 모두 다른 방으로 옮기고 작은 제단을 마련했습니다. 소문이 퍼지자 케이프 브레튼의 다른 원주민 보호구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식이 전해지면서 멀리 핼리팩스에서도 순례자들이 찾아왔습니다.

드나이스는 매일 저녁 퇴근 후 집을 개방하여 방문객들을 맞이했습니다. 그녀의 집 옆문에는 로사리오 기도는 매일 저녁 8시에 시작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꽃, 촛불, 성모 마리아 조각상 등을 가져와 방에 마련된 테이블에 놓았습니다.

이 현상은 멤버투 원주민 공동체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경험을 통해 잃었던 신앙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캐나다 멤버투 성모 발현 관련 사진
CTV 뉴스 보도 당시 촬영된 이미지 CTV News

원주민 신앙의 부활

멤버투 원주민 보호구역의 성모 발현은 단순한 종교적 현상을 넘어 깊은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캐나다 원주민과 가톨릭 교회 사이의 복잡한 역사적 관계를 고려할 때, 이 현상은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멤버투 주민 재니스 폴은 성모 마리아가 나타난 이유를 설명하며 성모님은 멤버투 사람들에게 신앙과 교회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나타나셨어요. 안티고니시 교구에서 우리 교회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제 신앙은 약했어요.라고 고백했습니다. 실제로 이 현상이 알려진 후성 안나 미션 교회의 주일 미사 참석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폴을 포함한 여러 정기 교회 참석자들은 이 현상이 지역 사회의 신앙 부활에 기여했다고 믿습니다.

미크맥 원주민들과 가톨릭 신앙의 관계는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7세기 초 프랑스 선교사들이 이 지역에 도착한 이후, 미크맥 사람들은 가톨릭 신앙을 수용했지만 동시에 그들의 전통적인 영성도 유지해왔습니다. 특히 성 안나에 대한 강한 신심은 미크맥 가톨릭의 특징 중 하나로 매년 7월 26일 성 안나 축일에는 여러 축제와 행사가 열립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원주민 기숙학교 문제와 같은 아픈 역사로 인해 원주민 공동체와 가톨릭 교회 사이에는 깊은 상처가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멤버투에서의 성모 발현은 이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케이프 브레튼 대학교의 우나마키 칼리지 학장인 스티븐 어거스틴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믿음은 미크맥 가톨릭 신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이 현상은 많은 흥분을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은 그곳에 로사리오 꽃, 작은 메시지들을 남기고 있어요. 정말 흥미로운 현상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크맥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영성에서는 자연과의 조화, 모든 생명체와의 연결성을 중요시하는데, 이는 성모 마리아의 자애로운 어머니로서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멤버투에서의 발현은 이러한 두 영적 전통의 조화로운 만남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또한 이 현상은 원주민 문화와 영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존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 현상에 관심을 보이면서, 미크맥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순례자들의 증언 벽에 나타난 성모

드나이스 사이먼의 집은 발현 이후 작은 순례지로 변모했습니다. 원주민과 비원주민, 가톨릭 신자와 비신자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했고, 각자 자신만의 경험과 증언을 남겼습니다. 시드니 마인스에서 온 모라 앤 월시는 많은 본당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신앙에서 멀어지고 있어 정말 슬픕니다. 성모님이 사람들을 다시 신앙으로 이끌기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가지고 여기 오셨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이 현상을 목격하게 된 것은 은총이며, 전혀 의심하지 않아요. 성모님이 여기 계신다는 것을 완전히 믿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드나이스의 사촌인 재니스 폴은 집에서 예배를 인도하며 복되신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의 신앙을 강화하시고 예수님과 하느님께 더 가까이 이끌기 위해 오셨다고 믿습니다. 사람들은 예전만큼 신실하지 않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방문객들 중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깊은 영적 체험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한 방문객은 방에 들어서는 순간 평화로움이 밀려왔어요.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죠.라고 말했고, 또 다른 방문객은 오랫동안 앓던 두통이 사라졌어요.라고 증언했습니다. 발현이 일어난 후 2주 동안만 해도 드나이스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고 추정했습니다. 비가 내리고 도로가 얼어붙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는 사실은 이 현상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줍니다.

이 현상이 지역 사회에 미친 가장 중요한 영향 중 하나는 신앙 공동체의 강화입니다. 성 안나 미션 교회의 주일 미사 참석률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로사리오 기도를 배우고 함께 모여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나이스는 이 일은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가고 있고, 매일 밤 로사리오 기도를 바치고 있어요. 로사리오 기도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도 배우고 참여하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 현상은 지역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널리 알려졌고, 심지어 벽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를 담은 엽서까지 제작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현상을 넘어 지역 사회의 문화적 현상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줍니다.

드나이스는 자신의 침실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가 영구적일 것이라고 믿으며, 이를 위해 그녀는 기꺼이 자신의 침실을 포기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가 그녀를 필요로 하는 한 여기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멤버투에서의 성모 발현은 캐나다 원주민 공동체 내에서 가톨릭 신앙이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신앙 경험이 어떻게 문화적 정체성과 화해의 과정에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 소박하지만 깊은 영적 체험은 오늘날까지도 멤버투 공동체와 그 너머의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