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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지

은총의 정원 리파, 장미 꽃잎의 기적, 신앙의 증인 카스티요

by treblue 2025. 4. 5.

리파 가르멜 수도원에 도착했을 때 구름 위에 서서 미소 지으시는 '모든 은총의 중재자' 성모님 앞에 선 순간 마음속 깊은 평화가 밀려왔습니다. 바탕가스 주 리파시 카르멜 수도원과 작은 정원에서 1948년 성모님이 테레시타 수녀에게 발현하셨던 그 역사적인 장소이며, 장미 향기가 은은히 퍼지는 이곳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장미꽃잎의 기적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논쟁의 중심에 있던 성지이지만 여전히 많은 순례자들이 치유와 평화를 구하러 오는 이유를 이제야 이해했으며, 황금 로사리오를 들고 기도하시는 성모님의 모습이 내 영혼을 어루만지는 듯했으며, 필리핀 신앙의 깊이를 온몸으로 느끼며 겸손한 기도로 마음을 비웠습니다.

은총의 정원, 리파 카르멜 수도원

필리핀 루존섬 남부 바탕가스 주에 위치한 리파 카르멜 수도원은 '모든 은총의 중재자' 성모 발현지로 널리 알려진 성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일본 점령기가 끝난 후에 필리핀 국민들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던 어려운 시기에 이 발현은 많은 이들에게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리파 카르멜 수도원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기도와 묵상의 공간을 제공하며 지금도 매년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오는 영성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수도원 건물은 전통적인 스페인 식민지 양식과 필리핀 건축 스타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이며, 백색의 외벽과 붉은 기와 지붕이 특징적입니다. 정문을 들어서면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이 방문객들을 맞이하며 이곳에서 발현이 일어났던 작은 공간이 특별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성모님이 처음 나타나셨다고 전해지는 덤불 주변에는 항상 신자들의 기도가 끊이지 않습니다.

수도원 성당 내부에는 특별히 마련된 측면 성소에 원래의 성모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이 성모상은 성모님의 발현 모습대로 만들어졌으며 하얀 옷을 입고 오른손에 황금 로사리오를 든 모습이 특징입니다. 많은 신자들이 이 성모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성당 주변의 벽에는 수많은 감사패와 편지들이 걸려 있어 이곳에서 기도를 통해 은총을 받았다고 믿는 사람들의 증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지 내에는 '기적의 샘'이라 불리는 작은 샘물도 있어 많은 순례자들이 이 물을 마시거나 몸에 바르며 치유를 구합니다. 또한 수도원 주변에는 로사리오 기도를 위한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신자들이 성모님의 메시지대로 묵주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매년 9월 12일에는 발현 기념일 행사가 열려 전국에서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모이며 이 날에는 특별 미사와 행렬이 진행됩니다.

비록 교회의 공식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과 신자들의 깊은 신앙심은 이 장소를 필리핀 가톨릭 신앙의 중요한 중심지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장미꽃잎의 성모'로도 불리는 이곳에서는 때때로 신비한 장미 향기가 느껴진다고 하여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영적 체험을 제공합니다.

필리핀 리파성지 사진

발현의 순간들 장미 꽃잎의 기적

1948년 9월 12일 21세의 젊은 수련자 테레시타 카스티요가 수도원 정원에서 기도하던 중 일어난 성모 발현은 필리핀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 에그날 오후에 테레시타가 정원에서 홀로 기도하고 있을 때 갑자기 주변의 덤불이 바람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존재의 목소리를 들었고 이 목소리는 그녀에게 15일 동안 같은 장소에 돌아와 기도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테레시타는 이 이상한 경험에 대해 수도원장 마더 세실리아에게 보고했고 수도원장은 그녀에게 계속 기도할 것을 권했습니다.

다음 날인 9월 13일 테레시타는 오후 5시에 같은 장소를 찾아 성모송을 바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 중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고 덤불이 다시 움직이더니 하얀 옷을 입고 오른손에 황금 로사리오를 든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습니다. 성모님은 구름 위에 서 있는 듯했고 테레시타에게 사제와 수녀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이 첫 번째 환시 이후 테레시타는 발현 사실을 수도원장과 다른 수녀들에게 알렸고 수도원장은 리파의 보좌주교인 알프레도 오브비아르 주교에게 이 사건을 보고했습니다. 주교는 신중한 접근을 지시하며 성모님에게 천국에서 오셨다는 증거를 요구하도록 조언했습니다.

9월 14일부터는 더욱 놀라운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원 전체에 장미꽃잎이 하늘에서 내리는 기적이 목격되었고 수녀들은 복도와 방에서 장미꽃잎을 발견했습니다. 이 꽃잎들은 보통의 꽃잎과 달리 특별한 향기를 풍겼으며 어떤 꽃잎에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이미지가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수도원 전체에 달콤한 장미 향기가 가득했고 이는 성모님의 현존을 알리는 징표로 여겨졌습니다.

발현이 계속되면서 11월 12일 성모님은 자신을 "모든 은총의 중재자"라고 처음으로 소개하셨습니다. 이후 발현은 총 19회에 걸쳐 계속되었으며 성모님은 매번 겸손, 참회, 사제와 교황을 위한 기도와 로사리오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로사리오 기도를 매일 바치는 것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셨습니다.

마지막 발현인 1948년 9월 27일 성모님은 "나는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기셨습니다. 테레시타는 또한 성모님으로부터 네 가지 비밀을 전해 받았다고 합니다. 이 비밀들은 테레시타 자신에 관한 것, 리파 카르멜 수도원에 관한 것, 중국에 관한 것, 그리고 전 세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1949년 10월 17일 공산주의 중국이 필리핀과 세계를 "침략"할 것이라는 예언적 메시지였습니다. 이는 중국의 공산화 직후 일어난 일로, 당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오늘날까지도 남중국해 분쟁 등과 연관 지어 해석되기도 합니다.

신앙의 증인 테레시타 카스티요

리파 성모 발현의 주요 목격자인 테레시타 카스티요는 필리핀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가진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그녀는 형제자매 중 막내로 태어나 편안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릴 때부터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1세의 나이에 그녀는 가족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속적인 삶을 포기하고 카르멜 수도원에 입회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당시 상류층 가문의 딸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으며 그녀의 독실한 신앙심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테레시타는 수도원에 입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양한 영적 체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성모 발현 이전에도 그녀는 여러 차례 악마의 유혹과 시험을 경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1948년 8월 18일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기도하던 중 갑자기 천상의 향기를 느꼈고, 하얀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 딸아. 모든 것을 초월하여 사랑하시는 분이 나를 보내셨다. 나는 메시지를 가지고 왔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초기 경험은 이후 발현의 전조였습니다.

테레시타는 발현 기간 동안 단순히 성모님만 보았던 것이 아니라 성심, 수많은 천사들, 성 체칠리아, 리지외의 성녀 테레사 등 다양한 성인들의 환시도 보았다고 전했습니다. 때로는 무의식 상태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을 재현하기도 했으며 이는 수도원장과 주교 등 여러 증인들이 목격했습니다. 또한 테레시타가 병으로 미사에 참석하지 못할 때는 천사가 나타나 그녀의 혀에 성체를 주었다는 신비로운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교회 당국이 1951년에 발현을 '초자연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후 테레시타는 건강 문제로 수도원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녀는 교황청 사절인 에지디오 바 그 노치 추기경을 만났을 때 추기경으로부터 "악마"라고 불리며 거부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힘든 상황에서도 테레시타는 눈물을 흘리며 축복을 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이 시기 그녀는 많은 비난과 의심, 심지어 성직자들로부터의 조롱까지 견뎌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레시타는 평생 자신의 체험에 대한 믿음을 굳게 지켰습니다. 그녀는 1990년대에 리파 성모 발현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되었고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을 상세히 증언했습니다. 특히 1991년 1월 24일 리파 카르멜 수도원에서 장미꽃잎이 하늘에서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있었고 이는 테레시타의 증언에 새로운 신뢰성을 부여했습니다.

테레시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의 단순하고 진실된 증언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비록 2010년 바티칸이 다시 한번 이 발현을 초자연적이지 않다고 선언했지만 필리핀 신자들 사이에서 테레시타는 여전히 존경받는 영적 증인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녀의 삶과 증언은 신앙의 본질이 외적 인정이나 승인이 아닌 내적 확신과 하느님께 대한 충실함에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