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우아함과 조지안 시대의 품격이 살아숨쉬는 도시, 바스. 꿀색 석회암으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2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 온천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입니다. 제인 오스틴이 사랑했던 이 도시는 18세기 귀족들의 사교 문화가 꽃피웠던 곳으로, 우아한 조지안 건축물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로마의 온천에서 피어난 우아한 조지안의 도시, 바스
세계문화유산 도시 바스는 잉글랜드 남서부 에이번 강변에 위치한 역사적인 도시입니다. 기원전 60-70년경 로마인들이 발견한 자연 온천을 중심으로 발전한 이 도시는 로마 시대부터 현재까지 2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국의 대표적인 온천 휴양지로 사랑받아왔습니다. 바스의 황금기는 18세기 조지안 시대였습니다. 당시 영국 상류층은 런던의 시즌이 끝나면 바스로 내려와 사교 활동을 즐겼습니다. 이 시기에 지어진 로열 크레센트, 서커스와 같은 우아한 조지안 양식의 건축물들은 오늘날 바스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꿀색 바스 석회암으로 지어져 있다는 점도 특징적입니다. 이 독특한 건축 재료는 도시 전체에 통일감을 주며 석양이 비칠 때면 도시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특히 에이번 강변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의 모습은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풍경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제인 오스틴은 1801년부터 1806년까지 이곳에 거주하며 '노생거 사원'과 '설득'을 집필했습니다.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바스의 모습은 18세기 영국 상류사회의 사교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이 되었습니다. 현재 바스는 연간 4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영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도시의 콤팩트한 규모 덕분에 대부분의 관광명소를 도보로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로마와 조지안의 숨결이 깃든 황금빛 거리를 따라
1. 로마 목욕탕
영국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유적인 이곳은 하루 약 117만 리터의 섭씨 46도 온천수가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고대 로마의 목욕 시설입니다. 메인 배스, 신전,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녹색 빛을 띠는 대형 목욕탕 주변을 둘러싼 로마 시대의 기둥들이 장관을 이룹니다. 박물관에는 로마 시대의 유물과 동전,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27.50파운드이며, 여름철(6-8월) 9시-22시, 겨울철 9시-18시까지 운영됩니다. 오디오 가이드는 무료로 제공되며 저녁에 방문하면 횃불 조명 아래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2. 바스 수도원
15세기 후반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수도원으로 특히 서쪽 정면의 천사 사다리 조각이 유명합니다. 내부의 팬 볼트 천장은 영국 고딕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만드는 색채가 경이롭습니다. 수도원 탑 투어에서는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며 종탑의 작동 방식도 배울 수 있습니다. 입장은 무료이나 기부금을 권장하며(추천 기부금 4파운드), 탑 투어는 성인 10파운드입니다. 매일 9시-17시 30분까지 운영되며, 정기적으로 열리는 오르간 연주회도 놓치지 말아야 할 행사입니다.
3. 로열 크레센트
1767년에 완성된 조지안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반원형 건물군입니다. 30채의 저택이 초승달 모양으로 늘어서 있는 이 웅장한 건축물은 바스의 상징이자 영국 건축사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번 로열 크레센트는 박물관으로 운영되어 18세기 귀족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압도적입니다. 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12파운드이며, 10시-17시 30분까지 운영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촛불로 장식된 특별 야간 투어도 진행됩니다.
4. 서커스
1754년에 착공하여 1768년에 완성된 원형 광장으로 로열 크레센트와 함께 바스의 대표적인 조지안 건축물입니다. 33채의 저택이 완벽한 원을 이루고 있으며 건물의 외벽은 그리스, 로마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세 가지 다른 고전 양식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중앙의 잔디 광장에는 웅장한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실제 거주 공간이라 내부 관람은 불가능하지만 건축가 존 우드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는 필수 관광지입니다. 24시간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일출과 일몰 때의 모습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5. 펄트니 다리
1774년에 완성된 이 다리는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으며 양쪽에 상점이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다리 중 하나입니다. 팔라디오 양식으로 지어진 이 다리는 에이번 강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제공합니다. 특히 다리 아래의 웨어(보)가 만드는 폭포는 도시의 대표적인 포토 스팟입니다. 다리 위 상점들은 주로 10시-17시까지 운영되며 강변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6. 패션 박물관
18세기부터 현대까지의 패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특히 조지안 시대의 의상 컬렉션이 유명합니다. 어셈블리 룸에서는 당시 상류사회의 무도회장을 재현해놓았으며 방문객들이 직접 빅토리아 시대의 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9.50파운드이며 10시-17시까지 운영됩니다. 정기적으로 특별전시회가 열리며 패션 관련 워크샵도 진행됩니다.
7. 홀번 박물관과 예술 갤러리
바스의 첫 공공 미술관으로, 18세기 저택을 개조한 건물 자체가 예술 작품입니다. 토마스 홀번 경의 컬렉션을 중심으로 르네상스부터 18세기까지의 미술품, 도자기, 은세공품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유리 extension이 더해진 건물의 뒤편에는 시드니 가든이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 좋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12.50파운드이며 10시-17시까지 운영됩니다. 카페에서는 전통적인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제인 오스틴과 그녀의 우아한 사교계 바스의 영원한 여왕
바스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영국의 대문호 제인 오스틴과 그녀가 묘사한 18세기 바스의 사교계입니다. 1801년부터 1806년까지 바스에 거주했던 오스틴은 이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생거 사원과 설득을 집필했으며 그녀의 작품을 통해 당시 바스의 화려했던 사교 문화가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18세기 바스는 런던 시즌이 끝난 후 영국 상류층이 모이는 사교의 중심지였습니다. 특히 어셈블리 룸에서 열리는 무도회는 바스 사교계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젊은 신사 숙녀들의 만남의 장이자 결혼 시장으로도 기능했던 이곳에서는 엄격한 예절과 복잡한 사교 규칙이 존재했습니다. 오스틴은 이러한 사회상을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그려냈습니다.
현재 바스에는 제인 오스틴 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작가의 생애와 작품 그리고 당시 바스의 사회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방문객들이 조지안 시대 의상을 입어보고 당시의 춤을 배우며 티 세레모니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매년 9월에는 제인 오스틴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10일간 진행되는 이 축제에서는 코스튬 퍼레이드, 시대극 공연, 리젠시 무도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집니다. 축제 기간 동안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조지안 시대 의상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오스틴이 묘사한 바스의 주요 장소들은 현재 제인 오스틴 트레일로 정비되어 있습니다. 그녀가 살았던 시드니 플레이스, 소설 속 캐서린 몰런드가 참석했던 어퍼 룸스, 앤 엘리엇이 산책했던 그로브너 가든 등을 직접 걸어볼 수 있습니다. 이 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오스틴의 소설 속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바스 여행의 특별한 즐거움입니다.
특히 가을에 열리는 제인 오스틴 축제 기간에는 그녀의 소설 속 장면들을 재현하는 특별한 투어가 진행됩니다. 전문 배우들이 소설 속 인물로 분장하여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방문객들은 마치 오스틴의 소설 속으로 들어간 듯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제인 오스틴과 그녀가 묘사한 바스의 사교 문화는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전 세계의 오스틴 팬들을 이 아름다운 도시로 이끄는 매력적인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