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첨탑의 도시' 옥스포드는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국 최고의 지성을 키워온 대학도시입니다. 허니색 석회암으로 지어진 고딕 건축물들과 아름다운 칼리지 정원들, 그리고 골목마다 숨어있는 역사적인 도서관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이곳에서는 아인슈타인과 호킹이 강연했던 강당에서 티타임을 즐기고 톨킨과 루이스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던 술집에서 저녁을 보낼 수 있습니다.
지성과 낭만이 피어나는 첨탑의 도시 옥스포드
1096년에 설립된 옥스포드 대학교를 중심으로 발전한 옥스포드는 테임즈 강과 처웰 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38개의 독립된 칼리지들이 도시 전체에 퍼져있어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캠퍼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세시대부터 영국 왕실과 귀족들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온 옥스포드는 건축적으로도 매우 특별합니다. 고딕, 바로크, 네오클래식 등 다양한 양식의 건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으며 특히 '꿈꾸는 첨탑'이라 불리는 뾰족한 첨탑들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옥스포드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영국 문화의 중심지로서도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등 수많은 문학 작품이 이곳에서 탄생했으며 최근에는 해리포터 영화의 주요 촬영지로도 유명해졌습니다. 도시의 중심부는 걸어서 둘러보기 좋은 크기로 대부분의 주요 관광지가 도보 20분 거리 내에 있습니다. 특히 하이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중세 시대의 거리들은 각각의 칼리지와 역사적 건물들로 연결되어 있어 도보 관광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학기 중에는 2만 4천여 명의 학생들로 활기가 넘치며 방학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특히 5월의 메이 모닝 축제와 여름의 서머 에이츠 축제는 도시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행사입니다.
지성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황금빛 칼리지 순례
1.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
옥스포드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칼리지로, 헨리 8세가 설립했습니다. 웅장한 톰 타워, 해리포터 영화의 모델이 된 대식당, 영국에서 가장 작은 대성당이 있는 곳입니다. 특히 대식당은 호그와트의 그레이트 홀의 모델이 되었으며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의 작가 루이스 캐롤이 수학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입장료는 성인 15파운드이며, 성수기(4월-10월) 10시-17시, 비수기(11월-3월) 10시-16시까지 운영됩니다. 대성당에서 매일 열리는 저녁 성가대 공연은 놓치지 말아야 할 하이라이트입니다.
2. 보들리안 도서관
1602년에 설립된 영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도서관으로 1,300만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디빈티 스쿨의 고딕 건축과 래드클리프 카메라의 원형 돔이 특히 유명합니다. 도서관 투어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90분 코스의 확장 투어(성인 18파운드)가 가장 인기있습니다. 해리포터 영화의 호그와트 도서관 장면이 촬영된 듀크 험프리 도서관도 투어에 포함됩니다. 운영시간은 9시-17시이며, 사전예약이 필수입니다.
3. 매그달렌 칼리지
옥스포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칼리지로 꼽히는 매그달렌은 처웰 강변에 위치한 15세기 건물입니다. 웅장한 종탑과 광대한 사슴공원(Deer Park), 중세 수도원의 모습을 간직한 클로이스터가 특징입니다. 특히 5월 1일 새벽, 종탑에서 열리는 메이 모닝 합창은 옥스포드의 오랜 전통입니다. C.S. 루이스가 교수로 재직했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입장료는 성인 8파운드이며 13시-18시까지 개방됩니다. 사슴공원에서는 야생 사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4. 애쉬몰리안 박물관
영국 최초의 공공 박물관으로 1683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유물부터 르네상스 미술,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라파엘로의 드로잉 미케란젤로의 습작 터너의 수채화 등 세계적인 걸작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최상층의 레스토랑에서는 옥스포드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입장은 무료이며 10시-17시까지 운영됩니다. 정기적으로 특별전시회가 열립니다.
5. 브리지 오브 사이
1914년에 건설된 허트퍼드 칼리지의 연결 다리로 베니스의 탄식의 다리를 모델로 했습니다. 뉴 칼리지 레인의 가장 인상적인 포토 스팟이며 주변에는 래드클리프 카메라 셸도니안 극장 등 옥스포드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이 모여있습니다. 다리 자체는 내부 출입이 불가능하지만 주변 거리에서 다양한 각도로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24시간 개방되어 있으며 특히 새벽이나 해질녘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6. 포터 메도우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광대한 초원으로 테임즈 강변을 따라 펼쳐져 있습니다. 야생 말들과 소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강변을 따라 걸으면 전통 있는 펍들이 있습니다. 특히 The Trout Inn은 인스펙터 모스 시리즈의 촬영지로 유명합니다. 입장은 무료이며 연중 24시간 개방됩니다. 일몰 시간대의 풍경이 특히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7. 커버드 마켓
1774년부터 운영된 역사적인 실내 시장으로 옥스포드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쇼핑 공간입니다. 전통 정육점, 치즈 가게, 베이커리, 카페 등 다양한 상점들이 있으며 특히 Ben's Cookies와 같은 유명 디저트 가게들이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건물 자체가 하나의 관광 명소입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8시-17시30분, 일요일은 10시-16시까지 운영됩니다.
학문과 예술의 교차 잉크웰 펍의 문학 동아리
옥스포드의 가장 특별한 문화유산 중 하나는 바로 잉크웰 동아리의 전통입니다.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이글 앤 차일드 펍과 목요일 점심 램 앤 플래그 펍에서 모였던 이 문학 모임은 C.S. 루이스, J.R.R. 톨킨을 중심으로 한 작가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창작 워크숍이었습니다. 나니아 연대기, 반지의 제왕과 같은 세계적인 판타지 문학의 걸작들이 이 모임에서 처음 낭독되고 다듬어졌습니다. 특히 이글 앤 차일드 펍의 Rabbit Room이라 불리는 뒷방은 이들의 주요 아지트였으며, 현재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잉크웰 동아리의 특별한 점은 그들의 토론 방식에 있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고 때로는 격렬한 논쟁도 있었지만 항상 서로를 존중하는 학문적 태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중세 북유럽 신화부터 현대 문학까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현재 이글 앤 차일드 펍은 버드 인 핸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리모델링 중이지만 펍 내부에는 여전히 잉크웰 동아리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벽면에는 동아리 회원들의 사진과 작품 초판본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Rabbit Room에는 그들이 앉았던 테이블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매년 수많은 문학 팬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자신들이 사랑하는 작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갑니다. 특히 9월에 열리는 옥스포드 문학 축제 기간에는 잉크웰 동아리를 기념하는 특별 행사들이 진행됩니다. 작가들의 작품을 낭독하고 그들이 즐겨 마시던 맥주를 마시며 문학적 영감이 숨쉬는 공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잉크웰 동아리는 옥스포드의 학문적 전통과 예술적 창의성이 만나는 독특한 문화 현상이었습니다. 그들의 유산은 단순한 문학사적 의미를 넘어 오늘날까지도 옥스포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남아있습니다. 현대의 방문객들은 이 역사적인 펍들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위대한 작가들의 창작 정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