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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지24

빛의 실루엣 멤버투, 원주민 신앙의 부활, 벽에 나타난 성모 드나이스 사이먼의 소박한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날의 특별함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이 주 전부터 수백 명의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여기까지 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실 문을 열자 작은 제단으로 변한 공간에서 로사리오 기도 소리가 울려 퍼졌고, 벽 한쪽에 희미하게 드러난 실루엣은 분명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었습니다. 백인과 원주민이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상처가 치유되는 듯 했으며 뱃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올라왔습니다. 뭔가 가슴벅찬 ㄴ낌이 들었답니다. 드나이스의 할아버지 사진 옆에 나타난 성모님은 400년 전 이 대륙에 첫발을 디딘 가톨릭 신앙과 원주민의 만남을 상기시키는 듯했고, 저녁이 되자 전등을 끄자 벽의 실루엣은 더 선명하게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2025. 4. 17.
얼음의 기적 케이프, 로사리오 기도의 힘, 생 로렌스 강이 조용히 흐르는 퀘벡의 작은 마을 캡드라마들렌에 발을 들이자 경건한 침묵이 마치 온몸을 감싸는 듯하였습니다.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마리안 성지인 이곳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했으며, 웅장한 노트르담듀캡 바실리카의 첨탑이 하늘을 찌르고, 울창한 정원 사이로 난 순례자의 길을 따라 걸으며 1879년의 '얼음다리 기적'이 떠올랐습니다. 구석진 자리에 놓인 작은 석조 성당, '옛 성지'에 들어서니 1888년 6월 22일 세 명의 증인 앞에서 눈을 뜬 마리아 동상이 고요히 나를 바라보는 듯했으며, 200년 넘게 이어진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만든 길을 걸으며 이곳에서 수많은 이들이 찾은 평화와 치유의 순간을 내 안에서도 느꼈습니다. 로사리오의 여왕께 바치는 기도 소리가 성지 전체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캐.. 2025. 4. 16.
북미 성지 세인트 메리스, 화합의 메세지, 신앙의 유산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서부의 작은 마을 세인트 메리스에 들어서자 템스강과 트라우트 크릭이 만나는 지점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이 영혼을 감싸 앉는 듯했습니다. 19세기 석회암 건물들이 즐비한 스톤타운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1859년의 그날을 잠시 떠올려봅니다. 성모정원의 오래된 너도밤나무 아래 앉아 잠깐 기도하니 다양한 문화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발현의 메시지가 내 안에 울려 퍼지는 듯했답니다. 기적의 샘물에 손을 담그자 북미 대륙 개척시대의 신앙이 생생하게 다가오고, 순례자 센터에서 만난 원주민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조들의 증언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놀라운 신앙의 여정을 체험했습니다. 캐나다의 초기 가톨릭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서 화해와 일치의 영성을 발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신앙의 뿌리.. 2025. 4. 15.
발린호스의 성모님, 영성의 오솔길 , 발린호수 방문 방법 포르투갈 중부의 들판을 지나는 길에 사방으로 펼쳐진 올리브 나무들이 순례자를 반기는 곳. 파티마의 유명한 대성당에서 조금 벗어난 이곳 발린호스는 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가는 숨겨진 보석 같은 성지입니다. 전 일부러 시간 내서 다녀왔어요. 대중교통을 타고 알주스트렐 마을에서 내려 작은 오솔길을 걷기 시작하자  매미 소리와 풀향기가 반기더라고요. 5월 말 경인데 더웠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다 보니 1917년 8월 19일 천국이 이 땅에 잠시 내려온 그 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성모상이 나타났습니다. 파티마 대성당의 화려함과는 달리 이곳의 소박한 아름다움은 진정한 영성의 깊이를 느낄 수 있으며 세계 각국의 순례자들이 붐비는 코바 다 이리아와도 다른 발린호스에서는 오로지 나만의 기도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 2025. 4. 14.
로사 미스티카 , 이탈리아의 작은 루르드 , 진정한 순례의 길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이탈리아 북부의 맑은 오후 베네치아에서 서쪽으로 향한 기차는 브레시아 지방으로 왔습니다. 목적지는 최근 바티칸의 공식 승인을 받은 성모 발현지 몬티키아리-폰타넬레 '로사 미스티카' 신비로운 장미라 불리는 이곳은 오랜 기다림 끝에 2024년 7월 교회로부터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정받은 진정한 성모 발현지입니다. 가장 최근에 인정받은 곳이라 더 와보고 싶었어요. 푸른 초원과 낮은 구릉이 펼쳐진 폰타넬레 성지에 도착하자 맑은 샘물 주변에 모인 순례자들의 기도 소리가 고요히 울려 퍼지며 성모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노부인의 얼굴에 맺힌 눈물방울은 세 송이 장미 흰색, 빨간색, 금색 장미를 품에 안은 성모님의 모습처럼 빛났습니다. 성모님이 병든 영혼들의 치유와 성화를 위해 이 땅을 .. 2025. 4. 13.
테페약의 기적 과달루페, 틸마의 미스터리, 현대의 순례지 육중한 공기가 숨을 짓누르는 멕시코시티의 한낮에 테페약 언덕으로 향하는 순례자들의 행렬에 저도 끼어 있었습니다. 현대식 바실리카의 거대한 원형 지붕이 시야에 들어오자 뭔지 모를 가슴이 벅차올랐고, 이곳에 도착한 수많은 순례자들 중 일부는 무릎으로 성당 입구까지 기어가며 자신의 신심을 표현했으며 화려한 꽃으로 장식된 회전 벨트 위에는 후안 디에고의 틸마 망토가 있었고, 그 위에는 500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과달루페의 성모가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원주민과 스페인인의 혼혈 모습으로 나타나신 성모님은 현대 멕시코의 정체성과 신앙의 중심에 계시며, 신실한 할머니들의 속삭이는 기도와 현지인의 애절한 마리아치 노래, 아이들의 순진한 시선이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나는 기적의 순간을 함께 호흡했습니다. 캐주팅으.. 2025.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