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성지32 그린사이드 농장의 성모, 32년간의 대화, 믿음과 의심사이 토론토에서 북동쪽으로 2시간 온타리오주 마르모라 마을 외곽의 작은 농장에 이르렀을 때 내 심장은 기대감으로 두근거렸습니다. 캐나다와 미국 전역에서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찾는다는 그린사이드 농장은 첫눈에 특별할 것 없어 보였지만 도리 탄이라는 필리핀계 이민자 여성이 32년 동안 성모 마리아를 만나온 곳이라는 이야기에 이끌려 온 순례자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시작하며 언덕을 오르자 차가운 가을바람이 말을 막았으며 열 번째 처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흰옷을 입은 도리 탄이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서 있던 자리에 고요히 다가갔습니다. 그녀의 눈빛이 달라졌고 순간 전혀 다른 음색으로 기도하라, 기도하라, 기도하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순례자들이 무릎을 꿇고 묵주를 꺼냈습니다. 붉은 석양이 지는 .. 2025. 4. 19. 빌마리의 탄생, 성녀 마르그리트 부르주아, 세계의 여왕 마리아 대성당 여명의 빛이 세인트 로렌스 강을 금빛으로 물들이며 노트르담드봉스쿠르 성당의 돔을 비추는 순간 몬트리올의 오랜 별명 빌마리의 의미가 온전히 다가왔습니다. 380년 전 프랑스 개척자들이 성모 마리아에게 바친 이 도시는 오늘날까지도 깊은 마리안 영성을 간직하고 있었고 세인트 폴 거리를 따라 걸으며 올드 몬트리올의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자 17세기 수녀 마르그리트 부르주아의 발자취가 생생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녀가 지은 선원들의 성당'에 들어서니 천장에 매 달린 작은 배 모형들이 세월의 흐름을 초월한 신앙의 증거로 저를 맞이하며, 성당 뒤편에서 만난 미크맥 원주민 노인은 이곳은 문화가 만나는 곳이라며 성모님이 다양한 민족의 화합을 위해 이 땅을 선택하셨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몬트리올의 상징인 마운트 로열 언덕 위 .. 2025. 4. 18. 빛의 실루엣 멤버투, 원주민 신앙의 부활, 벽에 나타난 성모 드나이스 사이먼의 소박한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날의 특별함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이 주 전부터 수백 명의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여기까지 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실 문을 열자 작은 제단으로 변한 공간에서 로사리오 기도 소리가 울려 퍼졌고 벽 한쪽에 희미하게 드러난 실루엣은 분명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었습니다. 백인과 원주민이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상처가 치유되는 듯했으며 뱃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올라왔습니다. 뭔가 가슴 벅찬 느낌이 들었답니다. 드나이스의 할아버지 사진 옆에 나타난 성모님은 400년 전 이 대륙에 첫발을 디딘 가톨릭 신앙과 원주민의 만남을 상기시키는 듯했고 저녁이 되자 전등을 끄자 벽의 실루엣은 더 선명하게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미크맥.. 2025. 4. 17. 얼음의 기적 케이프, 로사리오 기도의 힘, 생 로렌스 강이 조용히 흐르는 퀘벡의 작은 마을 캡드라마들렌에 발을 들이자 경건한 침묵이 마치 온몸을 감싸는 듯하였습니다.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마리안 성지인 이곳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했으며 웅장한 노트르담듀캡 바실리카의 첨탑이 하늘을 찌르고, 울창한 정원 사이로 난 순례자의 길을 따라 걸으며 1879년의 얼음다리 기적이 떠올랐습니다. 구석진 자리에 놓인 작은 석조 성당, 옛 성지에 들어서니 1888년 6월 22일 세 명의 증인 앞에서 눈을 뜬 마리아 동상이 고요히 나를 바라보는 듯했으며 200년 넘게 이어진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만든 길을 걸으며 이곳에서 수많은 이들이 찾은 평화와 치유의 순간을 내 안에서도 느꼈습니다. 로사리오의 여왕께 바치는 기도 소리가 성지 전체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캐나다의 가톨.. 2025. 4. 16. 북미 성지 세인트 메리스, 화합의 메세지, 신앙의 유산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서부의 작은 마을 세인트 메리스에 들어서자 템스강과 트라우트 크릭이 만나는 지점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이 영혼을 감싸 앉는 듯했습니다. 19세기 석회암 건물들이 즐비한 스톤타운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1859년의 그날을 잠시 떠올려봅니다. 성모정원의 오래된 너도밤나무 아래 앉아 잠깐 기도하니 다양한 문화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발현의 메시지가 내 안에 울려 퍼지는 듯했답니다. 기적의 샘물에 손을 담그자 북미 대륙 개척시대의 신앙이 생생하게 다가오고 순례자 센터에서 만난 원주민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조들의 증언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놀라운 신앙의 여정을 체험했습니다. 캐나다의 초기 가톨릭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서 화해와 일치의 영성을 발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신앙의 뿌리가.. 2025. 4. 15. 발린호스의 성모님, 영성의 오솔길 , 발린호수 방문 방법 포르투갈 중부의 들판을 지나는 길에 사방으로 펼쳐진 올리브 나무들이 순례자를 반기는 곳. 파티마의 유명한 대성당에서 조금 벗어난 이곳 발린호스는 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가는 숨겨진 보석 같은 성지입니다. 전 일부러 시간 내서 다녀왔어요. 대중교통을 타고 알주스트렐 마을에서 내려 작은 오솔길을 걷기 시작하자 매미 소리와 풀향기가 반기더라고요. 5월 말 경인데 더웠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다 보니 1917년 8월 19일 천국이 이 땅에 잠시 내려온 그 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성모상이 나타났습니다. 파티마 대성당의 화려함과는 달리 이곳의 소박한 아름다움은 진정한 영성의 깊이를 느낄 수 있으며 세계 각국의 순례자들이 붐비는 코바 다 이리아와도 다른 발린호스에서는 오로지 나만의 기도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 2025. 4. 14. 이전 1 2 3 4 5 6 다음